조성진 중부대 교수· 한국코치협회 대전충청지부장

방학인데도 대학생들은 여전히 바쁘다. 계절학기 수강, 공무원이나 자격증 시험 준비, 공모전 준비로 놀 새도 없고, 어학연수 가려면 영어공부도 해야 한단다. 등록금 마련으로 등골 휘는 부모님 부담도 덜고, 용돈이라도 벌려면 아르바이트도 서슴지 않는다. 4학년은 말할 것도 없고, 1학년도 그리 한가한 것 같지 않다. 슬픈(?) 대학생들이다.

그런데 더 슬픈 것은 이런 그들을 붙잡고 "그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고 물어보면 똑 부러지게 대답하는 학생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또 자신의 단점은 훤히 꿰뚫고 있는 반면, 정작 장점이 무엇인지는 잘 알지 못하는 학생들도 꽤 있다는 것이다.

한 남학생이 내게 왔다.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지, 공부를 해서 학점을 올리는 것이 더 좋을지 잘 몰라서 찾아왔단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냉수 한 잔을 권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더니 삼십여 분 동안 얘기를 털어놓으며 눈물까지 흘렸다. 그가 정말 원하는 것은 용돈벌이와 높은 학점도 아닌 가정환경이 바뀌는 것이었다. 조금 더 대화한 뒤 그 학생은 돌아갔고, 며칠 후 문제가 해결되어 잘 지낸다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내가 한 것은 진심으로 그의 얘기에 공감하고 경청한 것뿐이었다.

한 여학생이 찾아왔다. 학점도 괜찮고, 여러 가지 준비도 많이 했는데, 막상 취업할 때가 되니 어느 회사에 들어가야 할지 혼란스럽단다. 정말 준비를 많이 한 똑똑한 학생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얘기를 다 들은 뒤 질문을 던졌다. "너만의 장점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니?" 처음엔 쉽게 대답하지 못했지만, 그 후 이어진 네 번의 만남을 통해 그녀는 자신만의 장점을 발견했고, 지금은 유명한 공기업에서 잘 근무하고 있다.

대학생들과 얘기하다 보면 '말'과 '마음'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그들은 반값 등록금, 일자리 창출과 같은 거창한 이슈나 구호보다도 지금 당장 자신의 얘기에 공감하고 들어 주며 함께 고민하는 사람을 더 원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기성세대가 보기엔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지만, 대개는 자신과 부모가 원하는 방향을 잘 깨닫고, 나름대로 해결책도 잘 찾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표면에 있지 않고, 마음속에 숨겨져 있다. 그들에겐 기성세대가 책상 속에서 선심 쓰듯 하나씩 꺼내 주는 경험도 좋지만, 스스로 생각하여 마련한 어설픈(?) 방안이 더 효과적일 경우가 많다. 이제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정답을 제시해 주는 것보다 그들 스스로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묵묵히 옆에서 지원해 주어야 한다.

반값 등록금, 각종 장학금 대출 등과 같은 정책이나 구조적 접근도 물론 중요하지만, 힘든 젊은이들의 피부에 더 와 닿는 것은 긴 호흡을 가지고 그들의 눈물과 한숨을 눈높이에서 공감하고, 그들의 꿈과 미래를 진지하게 경청하는 것이다. 그게 '코칭'(Coaching)이고, 그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바로 '커리어 코치'(Career Coach)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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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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