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반 논리의 명확한 견해 제시 - 숙명여대

숙명여대 논술은 '소리없이 강하다'는 평가를 많이 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크게 어렵지 않은데, 막상 논술답안을 작성하려고 보면 까다롭게 느껴진다. 현 정부 초기에 숙명여대 총장의 '어륀지'발언 파문으로 숙명여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영어제시문은 직접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지만, 1,000자의 틀에 맞춰서 글을 작성하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자대학의 특성에 맞게 제시문에서도 주로 여성의 문제를 제시하거나, 일반적인 주제를 언급할 때도 여성 필자의 글을 제시할 때가 많다.

숙명여대 논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독해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확한 읽기를 통해 하나의 문제 속에 내재된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변수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문제해결 과정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논증구성능력과 의사소통능력을 종합적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문계와 자연계가 공통적으로 해결해야하는 공통논술에서는 3개의 제시문을 제시하고 1개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문계와 자연계를 아우르는 통합논술의 취지를 살려 인문, 사회, 자연 과학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선별한 제시문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여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인문계논술도 3개의 제시문을 제시하고 1개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에서 발췌한 다양한 텍스트의 의미를 그 고유한 방식에 따라 이해하는 능력과, 그것을 설득력있게 논증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여 표현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자연계논술은 수학 및 통계의 기초원리를 포함하여 자연과학의 교과과정의 지식을 평가하고, 실생활에서 부딪치는 인문 사회학적 문제들과 연결시켜 사고하는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공통논제 한 문제와 계열별 논제 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각각 1,000자 정도의 글 두 편을 작성해야 하는데 체계적인 훈련이 없으면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 2012학년도 수시 문제를 보면, '제시문 <가>와 <다>의 입장을 비교하고, <나>에서 제시된 해석을 전제로 <가>와 <다>를 각각 평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내용을 120분 이내에 '1,000±100자'로 작성해야 한다.

제시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제시문 <가>는 '욕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가>

욕망은 부족함을 느껴 무엇을 가지고자,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는 욕심과 비슷한 의미로 자주 쓰이는 탐욕과는 거리가 멀다. 욕망은 남을 해하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탐욕의 의미가 아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모든 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이를 이루기 위해 세우는 구체적인 행동강령과도 같다. 나 자신과 세상의 발전까지도 도모할 수 있는 개인의 현명한 욕심.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욕망이라고 할수 있다. 마음만 앞서는 열정뿐 아니라 강인한 의지까지 지닐 수 있어야 비로소 사는 이유와 인생의 목표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세속적인 것들을 매우 좋아한다. 예쁘고 화려하며 즐겁고 맛있는 것들을 매우 사랑한다. 외모도 매력적이고 싶고, 화려하고 멋진 장소에서 먹고 머무르는 것을 좋아한다. 가족들 에게는 좋은 차, 좋은 집을 사주고 싶고 사랑하는 친구들에게도 멋진 선물을 하며 즐겁게 살고 싶다. 그만큼 나는 평범한 욕심으로 가득한 사람이지만 이런 욕심은 항상 나를 거듭 깨우고 응원해 왔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했고, 또 지치거나 좌절감을 느낄 때마다 나의 소박한 욕심을 나를 응원해 주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욕심은 곧 나를 발전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고, 이는 점차 내인생을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드는 아름다운 욕망으로 발전해갔다.

요즘 사람들은 '모든 것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며 무소유의 미덕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쉽게 포기하는 것보다 현명하게 얻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욱 현실적이지 않을까? 이제 단순히 마음속에 욕심과 욕망이 가득하면 불행의 씨앗이 된다거나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아야 행복하다는 충언은 과감히 잊자. "내가 원한다고 뭐가 되겠어?", "그냥 포기하자!" 등 소극적인 마음도 그만 지워버리자.

이제 욕망도 욕심도 크게 갖고 많이 이루자. 모든 욕심을 버리고 선비처럼 청빈하게 살 수 있다면야 무얼 더 논하겠느냐마는, 그렇지 못하다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마음과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이제 마음껏 욕망하자. 단, 현명하고 아름답게 욕망하자. 나를 위해 마음껏 욕망하는 것은 나 자신의 행복에도, 또 내가 속한 사회의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한다. 아름답게 욕망한다는 것, 그것은 모든 것을 버리고 비우라는 어려운 조언보다는 나와 같은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의 풍요와 행복을 위해 훨씬 더 현실적이며 행복한 조언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2012학년도 수시기출

제시문 <가>는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상황과 현실에 맞게 욕망할 수 있는 능력을 순수한 것이며, 세속적인 것들을 욕망하는 것은 나를 발전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자신과 사회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욕망을 세속적인 것으로 보고 그것을 자제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제시문 <가>는 우리가 갖고 있는 보편적인 '욕망'에 대한 태도를 다른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제시문 <다>는 이와는 달리 욕망을 원천적으로 통제할 것은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

미국 동부의 종교 공동인 아마시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그들 자신의 사회적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다. 인간 대부분은 개인적인 신분이나 지위의 상승을 추구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주목하고 부러워하며 존경하고 심지어 우리에게 찬사를 보내기를 원한다. 이러한 사회적 욕망들이 상당한 정도로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그 욕망들이 우리가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사는지, 우리가 선택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지 등을 결정한다. <중략>

종교적 경건함과 절제를 통한 행복을 위해 아미시인들이 욕망을 금기시하는 것은 전횡적인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농기구 운반을 위해 헛간에서 트랙터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정작 원래의 목적인, 집에서 떨어져 있는 밭을 가는 일에는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그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약 밭에서 트랙터를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머지 않아 농장을 벗어나 시내까지 끌고 갈 것이고, 마차로 운반하기 힘든 짐들을 싣고 오게 될 것이다. 그러면 시내에 간 김에 식료품을 구입해서 싣고 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더 편리한 자동차를 항시 몰고 다니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아미시인들은 집에 전기선을 끌어들이는 것과 전화를 놓는 것을 금지한다. 그들은 이렇게 욕망에 한계를 두는 강력한 삶의 규칙을 채택함으로써 행복을 추구한다. -2012학년도 수시기출

제시문 <다>는 미국의 종교 공동체 아미시인들의 사례를 통해서 어떻게 욕망을 통제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아미시인들은 남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는 욕망을 철저하게 억제하고, 욕망이 끝없이 커진다는 입장에서 이를 통제하기 위한 삶의 원칙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은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에서 욕망을 바라보는 입장을 소개하고 행복을 이루는 최선의 방법은 우리 스스로를 변화하는데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욕망'에 관한 상반된 두 가지 제시문을 통해서, '제시문 <가>와 <다>의 입장을 비교하고, <나>에서 제시된 해석을 전제로 <가>와 <다>를 각각 평가'하기 위해서는 <나>의 입장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있어야 한다.

제시문 <나>는 소득의 증가로 인한 욕망 충족이 항상 행복을 증진시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분석하여 제시하고 있다. 한 가구가 중산층에 이를 때까지는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행복도 증가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달하면 소득의 증가가 행복의 증진을 유발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먼저 소득이 증가하면 기대치도 높아지지만 만족도가 비례하여 늘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자신의 행복 정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타인과의 비교에 의존하기 때문에 소득의 증가가 바로 행복을 증진시키지는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와 <다>의 비교를 통해 '욕망' 대한 긍적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측면을 살펴보아야 한다. 각각의 제시문을 간략하게 요약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략적으로 어떤 점에서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다음으로 '<나>에서 제시된 해석을 전제'로 라는 요구조건을 지키기 위해서는 제시문 <나>에서 말하고 있는 이스털린 패러독스의 의미와 그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보여지는 것은 <가>와 <다>를 평가하는 것이지만, 최우선 조건이 제시문 <나>의 조건에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나>의 해석을 바탕으로 <가>와 <다>의 입장을 평가하는 부분은 <나>에 나오는 두 가지의 해석, 욕망의 무한성과 상대성이라는 기준으로 욕망과 행복과의 관계를 적절하게 제시해야 한다.

1000자 쓰기는 대학입시 논술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분량이다. 1000자를 쓰기 위해서 몇 개의 문단으로 구성할 것인가 대략적인 문단의 개요를 짜고, 그 각각의 문단은 몇 개의 문장으로 구성할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1,000자 정도의 글에서는 굳이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을 갖출 필요는 없다. 하지만 평상시에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중간 부분에서는 어떻게 전개하고 마무리는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 것인가 등의 구성방식은 체계를 갖춰놓아야 한다.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문제에서는 비교하고 평가하라는 두 개의 방향을 요구하고 있지만, 특정 관점의 정확한 의미도 요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사실은 세 개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여학생들이 입시논술에서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주장의 타당성에만 매달리지 말고 그 주장이 왜 타당한지에 대한 논증이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다. 욕망은 펼쳐야 한다거나 욕망은 통제해야 한다거나 어느 한 쪽의 주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주장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막연한 논리가 아닌 명확한 논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해 두어야 한다. 둔산 일취월장 논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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