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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MB에 대한 두가지 시선

2012-07-06기사 편집 2012-07-05 21: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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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정치행정부장 hkslka@daejonilbo.com

특정인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이면서도 양면적인 경우가 많다. 필자에게 이명박 대통령도 그런 면이 있지 않나 싶다.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3년 2개월 동안 바라본 이명박 대통령과 충청인으로서 바라보는 이 대통령의 모습은 상반된다.

풀(POOL) 기자(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언론사가 취재비용의 절감과 과도한 취재경쟁을 피하기 위해 서로 협약을 맺어 공동취재 또는 대표취재를 해서 그 뉴스를 서로 나누어 가질 때 그 대표로 뽑혀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로서 지근거리에서 바라본 이 대통령은 소탈하고 인정 많고 위트감각도 뛰어난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카이스트 개교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의 일화다. 기념식 마지막 행사로 기념식수가 예정되어 있었다. 기념식수 앞에는 황금색 리본이 장식된 황금색으로 칠한 삽이 놓여 있었다. 화려하게 치장된 금삽(?)을 본 이 대통령은 다소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도대체 이런(리본을 맨 상태) 삽으로 어떻게 삽질을 하라고"하면서 리본을 떼어냈다. 이 대통령은 숙련된 솜씨로 몇 번에 걸쳐 흙을 한 가득 떠서 나무에 뿌리며 "이래야 나무가 잘 살지"하며 웃었다. 연출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이명박'을 느낄 수 있었다.

천안함 2주기를 앞두고 대전현충원 천안함용사 묘역을 참배했을 때의 이 대통령도 기억에 남는다. 핵안보정상회의 일정 탓에 오전 6시에 KTX를 이용해 대전현충원을 참배하는 고된 일정이었다. 풀기자단은 오전 5시 30분까지 춘추관에 집결했다.

이 대통령은 서대전역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들에게 "미안해요. 너무 일찍 움직이게 해서. 식사는 어떻게 했어요"라고 연신 물었다. 대전현충원 참배를 마치고 올라오는 KTX에서 이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즉석 티타임을 제안했다. 기자들에게 커피와 과자를 직접 건네주면서 이런 저런 얘기할 때의 이 대통령은 그냥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였다.

하지만 충청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 대통령은 소통할 줄 모르고 속 좁은 국가지도자의 모습이다. 취임 5년차가 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세종시를 방문한 적이 없다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일이다.

세종시는 중앙부처 9부 2처 2청이 이전하는 건국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다. 중앙부처 가운데 통일, 외교, 국방, 법무, 행안, 여성가족부를 제외한 60%의 중앙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이른바 '신수도' 조성 프로젝트인데도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열린 세종시 공식출범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세종시 출범식 불참 이유에 대해 "당일 일정상 참석하기 어렵다"고 설명하며 "조만간 단독행사로 세종시 방문계획을 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7월 2일 일정은 오전 8시에 수석비서관회의, 오전 10시 10분에 해외건설 5000억달러 수주달성 및 2012건설의 날 기념행사, 오후 2시 제19대 국회개원식 참석이었다. '신수도'의 출범을 알리는 행사가 1년마다 치러지는 건설의 날 기념행사에 밀린 것이다.

충청인들로서는 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뒤 세종시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사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아직도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난 3월 23일 천안함용사 묘역 참배를 마친 뒤 KTX를 타고 상경하던 중 "그 때 충청도가 그걸(세종시 수정안을) 받았으면 좋았을텐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종시를 행정기관 중심도시 보다는 대기업이 중심이 된 교육과학도시로 조성하는 게 세종시 자족기능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지론이다. 청와대는 행정기관이 입주한 과천보다 삼성전자가 입주한 아산 탕정이 세종시가 추구해야 할 모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세종시 수정안은 국민들의 뜻에 따라 국회에서 부결처리 됐고, 이 대통령도 국회 결정을 존중하며 차질없는 세종시 건설을 약속했다.

그런데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종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세종시 방문을 기피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한 국가지도자의 모습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에 관련해 두 번의 실기(失機)를 했다. 첫 번 째는 세종시 수정안을 제시할 때 충청인들에게 먼저 상황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지 않은 채 충청출신의 총리를 내세워 추진을 강행했을 때이고, 두 번째는 세종시 출범식 불참이다. 이 대통령이 나중에 거창하게 세종시 행렬에 나선 들 충청인들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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