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와인의 세계가 다르다- 미국 ④ 박한표 <대전와인아카데미 설립자 겸 명예원장>

미국의 경우 고급 와인은 '버라이어틀(Varietal) 와인' 품종와인으로 분류되는데, 원료가 된 포도품종 자체를 상표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와인의 아버지인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가 라벨에 품종 명을 기재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판매 전략을 시작한 것이다. 다만 그 포도품종이 반드시 75%(1983년 이전에는 51%) 이상 와인 양조에 사용돼야 한다. 그리고 생산 지역이 표기되어 있으면 그 지역의 품종만을 100% 사용해야 한다. 지역이 좁아져 '나파 밸리'라고 표기 되어 있으면 나파 밸리 지역에서 생산 된 포도가 85% 이상 들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바라이어틀 와인'과 구별되는 고급 와인으로 '메리티지(Meritage)와인' 'Merit+Heritage' 의 합성어이 있다. 이 와인은 까베르네 쏘비뇽이나 메를로 같은 프랑스 보르도 산 포도품종만을 갖고 적당한 비율로 섞어 만든다. 각 업체별로 연간 30만 병 이상을 생산하지 않는다.

일부 회사의 경우 리저브(Reserve)라는 단어를 레이블에 표기하는데,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오랜 숙성을 거친 프리미엄급 와인임을 뜻한다.

미국에서는 주로 프랑스 포도품종이 재배되는데, 진판델(Zinfandel)은 캘리포니아 고유 품종으로 미국 산 와인의 개성을 잘 나타낸다. 처음에는 대중적인 연한 로제 와인인 저그 와인용으로 만들어지다가 품종을 꾸준히 개량해 지금은 고급 레드와인용으로 쓰인다. 연한 로제 진판델 와인을 미국에서는 '화이트 진판델'이라고 부른다.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을 미국에서 '블러쉬(Blush) 와인'이라고도 부른다.

당시에 미국인들의 화이트와인 선호도가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달콤한 코카콜라에 길들여진 미국인들은 텁텁하고 묵직한 레드와인보다 달콤하고 과일 맛이 나는 '화이트 진판델'을 더 선호했다. 그러나 품종을 연구하고 개량한 결과 이 진판델은 대단히 뛰어나고 맛이 풍부한 레드와인을 만들어내는 품종이 되어 지금은 미국의 대표 품종이 되었다. 이 품종의 와인은 소비자의 입맛을 중시하는 미국 와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와인 애호가였던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은 미국도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으며, 미국인들은 독한 럼 대신에 와인을 마셔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제퍼슨의 이런 희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150여 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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