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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충청권 전성시대

2012-06-22기사 편집 2012-06-21 21: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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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명균 서울 정치부장 woomk21@daejonilbo.com

흔히 쓰는 고사성어 중에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말이 있다.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게 돼 삶아 먹는다는 뜻이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실컷 부려먹다가 일이 끝나면 헌신짝처럼 버리는 세정을 비유해 이르는 의미로, 오월동주(吳越同舟)도 마다 않는 정치판에 곧 잘 빗대어진다.

다소 빛바랜 얘기지만 충청권 정치사를 언급할 때 토사구팽이 자주 인용된다. 그 중심에는 과거 충청권을 기반으로 했던 자민련의 김종필(JP) 전 총재가 자리하고 있다. JP는 1990년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함께 3당 합당에 참여해 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을 만들었다. JP는 내각제 개헌을 매개로 한 배를 탔다. 그러나 총재와 대표 최고위원으로 협력 관계를 맺었지만 JP는 민주계의 압력으로 탈당해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

1997년 대선에서 JP는 김대중(DJ) 전 대통령과의 연대를 통해 야권후보 단일화를 이뤄낸다. DJP 연합은 대선에서 충청권 표를 끌어와 대권 4수생인 DJ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DJP 연합의 핵심 고리인 내각제 약속이 무너지면서 역시 결별을 맞이했다. 결과적으로 YS와 DJ는 정권을 잡았지만 JP는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서산에 지는 해'가 됐다.

충청권을 논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홀대론'이다. 역대 정권에서 중앙정부 인재 등용에서 도외시되고 국비 확보에 있어서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얼마 전 충청권 출신 장관이 사석에서 현직에서 겪었던 일화를 언급한 적이 있다. "정기 인사에 승진 대상자 명단을 보니 충청권 출신이 거의 전무했다. 너무 의아해 곰곰이 분석해 보니 중앙정부에서도 지역주의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인사에 편중되다 보니 충청권 인재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다는 얘기다.

예산 문제도 충청권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 참여했던 충청권 모 의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온 적이 있다. 예산을 마지막으로 손질하는 소위에서 영호남 의원들의 갈라먹기식 행태에 반발했던 것이다. 당연히 충청권 언론이 발칵 뒤집혔고, 여론이 안 좋게 돌아가자 그제서야 충청권 예산이 반영되는 쓰라린 촌극도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충청권의 중차대한 현안에 대해서도 제대로 처리될지 가슴을 졸여야 했던 게 다반사였다. 세종시 원안 추진이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만약 영호남의 일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근에 다시 이슈가 되고 있는 서해안 유류오염 피해 문제도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4년이 넘도록 명확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대선과 관련한 충청권의 방정식은 '변수론'이 여전히 적용된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권에서 승리를 거두면 대통령으로 선출됐을 만큼 충청권 표심은 민심의 바로미터였다. 그러나 변수는 변수일 뿐 상수는 아니었다. 중간이거나 객관적인 입장에서 심판을 내리기는 하지만 다른 지역처럼 고정 불변의 일정한 법칙은 없었다. 지역주의가 그만큼 엷다는 의미도 되겠고, 충청권 출신 후보가 없다는, 어쩌면 양면적인 배경을 담보로 하고 있다.

그동안 중앙정치에서 힘이 달렸던 충청권에서 서서히 반전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강창희 의원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고, 민주통합당 박병석 의원이 국회 부의장직을 맡게 된다. 충남 청양 출신의 민주당 이해찬 의원도 당내 역할론의 역풍을 맞기는 했지만 당 대표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충청권 인사들이 국회의장단과 당의 수장을 맡게 된 것은 겹경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현재의 집권 정당과 제1 야당인 수권 정당에 포진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19대 국회의원들의 선수(選數)를 보더라도 충청권이 6선을 독차지하고 있고, 3선 이상의 중진들도 즐비하다. 주변부에 불과했던 충청권이 중앙정치에서의 역할론이 기대되는 이유다.

최근 여야간 극한 대치는 평면적으로 볼 때 19대 원 구성에 있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 귀착점은 12월 대선에 꽂혀 있다.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비롯해 각종 현안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은 대선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목하 정권 창출을 위한 쟁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충청권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캐스팅보트에 자위해야 할 형국이다. 중앙정치에 대한 기대감처럼 차제에 충청권 정권 창출에 대한 욕심을 내 보면 어떨까. 뿌리 깊은 지역주의 타파와 탕평(蕩平)을 위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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