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기청 건강관리 시스템

인간이 무병장수를 꿈꾸듯 기업도 위기 없이 지속되길 바란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경기 사정은 여의치 못한 현실이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내수시장은 말라가고 있고, 미국발 금융위기 상처가 아물기 전에 유로존도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그리스 총선 이후 유럽 경제는 큰 고비를 넘겼지만 긴장을 풀 순 없다. 특히 미국·유럽 시장의 소비위축은 이른바 '세계의 공장'으로 통하는 중국 경제의 부진을 촉발시키며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는 치명타가 불가피한 구조다. 중소기업의 경우 이 같은 국내·외 위기관리 역량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기업 중심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 중소기업의 제2의 도약을 돕는 '중소기업 건강관리 시스템'을 살펴봤다.

◇문제해결형 시스템 구축=중기청이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건강관리시스템'은 병원에서 사람을 종합적으로 진찰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즉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해 진단→처방→치유 등 세 단계에 걸쳐 문제해결형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진단은 기술·경영 전문가가 투입돼 기업경영전반에 대한 위기관리역량을 평가한다. 평가서를 바탕으로 성장 로드맵과 처방전을 작성하고 이에 따른 자금, 보증, 연구·개발, 마케팅, 공정혁신, 사업전환, 인수·합병 등 해당 기업 문제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해준다.

중기청은 중소기업 지원기관의 상호협력식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각 지방 중기청 기능을 기업중심의 문제해결기관으로 개편해 사업의 효율성을 끌어 올렸다.

◇꼼꼼한 단계별 지원=첫 단계인 진단은 전문가 1-2인이 기업경영 전체를 살펴 본다. 이 과정에서 공동진단이 필요한 경우 기관별 심사 시스템이 활용되거나 심사인력이 추가 파견된다. 기업 현황, 위치, 경쟁력, 위기관리 역량 등을 분석한다. 진단결과를 바탕으로 진단기업과 기관의 협의를 거쳐 진단보고서가 작성된다. 진단기관은 진단보고서와 건강관리 처방 매뉴얼을 토대로 처방전을 발급하고 건강관리위원회로 심의를 요청한다.

처방전 심의가 통과되면 자금·신용보증, 기술개발, 국내외마케팅, 생산성 향상, 인력·현장애로 해결, 사업전환 및 인수·합병 등 꼼꼼한 지원이 이뤄진다. 특히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보화시스템 구축 비용의 경우 최대 6000만원 이내에서 절반까지 지원한다. 또 진단기업 요청 인력을 중기청 워크넷에 등록시켜 채용 박람회나 인력지원사업을 통해 조속한 매칭을 시킨다. 인력난이 심한 기업의 경우 지방청 담당자가 지정돼 1:1 집중관리에 들어간다.

◇신청자격·사후관리=신청은 창업 한지 2년 이상이고 상시근로자수가 5인 이상인 기업이면 가능하다. 주조, 금형, 용접 등 뿌리산업, 전략산업 창업기업 등은 우선 지원한다. 접수는 건강진단 신청서를 작성해 매월 1-10일 지방 중기청, 중진공 지역본부, 신보 영업점, 기보 기술평가센터 등에 제출하면 된다. 진단을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건강관리 성과점검을 3년간 연 1회 실시한다.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건강관리시스템과 맞춤형 치유사업에 적용시키고 각 기업별 진단 전문가의 성과점검도 1회 이상 실시한다. 또 개별사업 단위로 추가 매칭지원도 실시해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

◇대전 신청 185건 처방전 90건 발급=올해 대전지역 건강진단 신청 기업은 지난달 기준 총 185개 업체다. 중기청, 중진공, 신보, 기보 등을 합친 수치다. 이 가운데 처방전이 발급된 기업은 절반 수준인 90개 업체다. 이들 업체는 정책자금, 국내외 마케팅, 생산성향상 등 10개 분야 총 161건 맞춤형 치유사업이 의결돼 추진되고 있다. 실제 살충제 제조업체인 뉴그린웰은 연구개발, 마케팅 전략, 경영효율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는 진단결과에 따라 기술개발자금 최대 1억원, 대표이사 마케팅 실전교육 9개 과정 교육 등이 지원됐다. 전자제품 부품 제조업체 한솔테크도 제품생산을 위한 원부자재 구입대금 및 운영자금 융자 지원 등 총 2억원의 자금 지원과 불량률 감소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컨설팅 사업 등을 지원 받았다.

중기청 관계자는 "기존의 사업별 단순지원 체계에서 복합형 문제해결 지원체계로 전환된 만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체질개선에 보탬이 될 것"이라며 "중소기업건강관리위원회가 설치돼 진단기관의 미해결 치유과제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why@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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