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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담청론] 학교 폭력 대처, 은폐 축소만이 능사 아니다

2012-06-12기사 편집 2012-06-11 21: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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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 변호사

달라이 라마는 그의 책 '행복론'에서 말했다. "인생에서 우리가 이행해야 할 단 하나의 의무는 행복해지는 것뿐이다"라고. 또한 말했다. "우리 모두는 행복해지기 위해 이 세상을 살아가고 노력하는 동지들이다"라고. 옆에 누군가가 미울 때도 이 말을 떠올려 보라고. 그러면 그들의 도저히 이해 못할 행동도 그저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발버둥으로 보일 것이라고. 그렇다. 우리 모두가 다른 옷을 입고 다른 집에 살며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나, 그 다른 우리가 그저 인생을 살아가는 동지라고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의 미움과 상대방의 교만은 이 마법의 문장으로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악의 앞에 부딪혔을 때 우리는 좌절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또한 그 악의가 폭력이라는 형태로 다가왔을 때 그것은 누군가의 행복을 무너뜨리고 헤어나올 수 없는 절망으로 상대방을 빠트리게 된다. 그리고 가장 슬픈 현실은 현재 우리나라의 미래를 만들어 갈 어린 꿈들이 자라나고 있는 학교 역시 이 폭력에 멍들어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 정부는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학교폭력에 대해서 교사의 권한과 역할, 책임을 강화하고 피해학생을 보호하며 가해학생을 엄중히 처벌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폭력을 행사할 경우 학교장의 권한으로 가해학생에 대해 학부모와 상담을 거쳐 출석정지 조치 △피해학생이 원하면 가해학생과 다른 학교로 진학 △교사가 학교폭력을 은폐할 경우 촌지 수수한 것과 같은 수준으로 중징계 등이다.

폭력 없는 학교는 몇 해 전부터 교육계의 화두였으며, 어떻게 해도 이루기 힘든 그러나 끊임없이 지향해야 할 이상향이었다. 이를 위해 대책은 언제나 이름과 정책을 달리하며 발표되어 왔고 끊임없이 개선을 요구받으며, 그 실효성에 대해서 도전받아 왔다. 과연 새롭게 개편된 현재의 정책은 피해학생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공정한 잣대 위에서 가해학생을 제지하고 있는가? 보호정책이 촘촘한 그물이 되어 폭력이라는 악의를 가두며 피해자에겐 온정과 위로를, 가해자에겐 엄중한 처벌을 주고 있는가? 여전히 온갖 학교폭력 사건이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는 지금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또래 친구로부터 가해지는 폭력 속에서 피해학생이 세상을 등진 사건이 최근에도 발생했고 가해학생의 처벌을 두고 온갖 공방이 오고 가는 상황에서 우리는 하루빨리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의 보완점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누군가는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는 폭력의 두려움 속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을 것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정책의 그물망을 좀 더 촘촘하게 하여 누군가를 이유 없는 폭력에서 지켜주는 것뿐이다. 여전히 대다수의 학교들이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 교내 폭력이 발생하면 은폐하려 한다. 얼마 전에도 모 중학교에서 발생한 묻지마식의 교내 폭력사고에 학교폭력위가 이를 폭력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린 사건이 있었다. 피해학생은 가해학생의 폭행에 큰 상해를 입었고 경찰에서는 그 사건을 폭력사건으로 접수해야 한다는 권고까지 했으나, 공정하게 대해야 할 학교폭력위가 이를 폭력으로 볼 수 없다고 규정했다고 한다. 뒤늦게 매스컴에 알려진 후 비난이 쏟아지자 다시 학교폭력위에서 논의가 진행되었으나, 이미 공정성에 대해서는 신뢰를 잃은 상태가 아닐 수 없다.

폭력 없는 학교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교 측의 능동적이고 공정한 대처가 필요하다. 공정한 대처만이 또다시 발생할 수도 있는 폭력을 예방하고 누군가의 행복과 어린 꿈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하늘이 가려지진 않는다. 은폐와 사건 축소만이 능사가 아닌 것이다. 이렇게 수습된 악의는 또 다른 불행을 낳을 뿐이고 끝맺어지지 않은 죄와 벌에 대한 논의는 피해학생뿐만 아니라 가해학생의 앞으로의 인생에도 계속 영향을 줄 것이다. 때로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것이 폭력이라는 형태로 나타났을 때 엄중히 바로잡아 주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부모와 학교 측이 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정책에는 언제나 허점이 존재한다. 그 정책이 좋은 정책이 되려면 그 허점을 인지한 순간 개선해 나가려는 의지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허술한 부분을 보완하고 학교 측의 노력이 더해질 때 잃었던 신뢰가 더해지고 폭력 없는 학교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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