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제시문의 정확한 독해와 문제해결의 통합적 사유능력)

지난 3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외대 연설은 전세계에 생중계될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때 `버락 오바마가 외대로 간 까닭은?` 이라는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이유는 `오바마가 연설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데, 통역을 통하면 전달력이 떨어지므로 어학실력이 뛰어난 외대 학생들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또는 외대의 영문표기가 `University of Foriegn Studies`인데 이를 직역하면, 단순한 외국어보다는 외국학을 가르친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럴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문제 해결에 적극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 등이 있었다.

이런 공식적인 이유에 덧붙여, `2011학년도 외대 논술문제에 오바마의 연설문이 실렸기 때문에 고마움을 표시하러 왔다는 설`, `외대 구내식당에서 판매하는 돈까스가 맛있어서 그것을 먹으러 왔다는 설`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패러디 되어 떠돌기도 했다. 이런 많은 이야기들은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라는 외대의 글로벌 전략이,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외대 논술의 가장 큰 특징은 제시문을 모두 영어로만 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영어 제시문을 정확하게 요약할 수 있어야 문제해결의 단서를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함께 제시되는 자료를 통해서 제시문의 흐름을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는 있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평가되는 영역이 영어 독해능력인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1〕<제시문 A>와 <제시문 B>의 공통 논제를 우리말로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A>와 <제시문 B>의 요지를 각각 서술하시오

〔문제2〕<제시문 A>와 <제시문 B>를 함께 활용하여 (자료 1), (자료 2), (자료 3)을 각각 분석하시오. (600자 내외)

〔문제3〕(자료3)의 관점에서, (자료 4)에 제시된 청소년 폭력의 발생 원인에 대해 분석하고 청소년 폭력예방 및 재발생 금지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시오.

(800자 내외)

-외대 2012학년도 수시논술 문제

먼저〔문제1〕을 살펴보면, 각 제시문에서 다뤄지는 공통논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제시문 A>는 인간의 정신이 선천적인 것이냐 후천적인 것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유대- 기독교에서는 인간의 정신은 생득적이라는 면을 중시하고 있는데 반해, 존 로크는 후천적인 경험으로 완성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시문 B>는 한 개인의 특성은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이 혼합되어 형성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간의 특성은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이 동시에 작용하여 완성된다는 것이다.

외대를 준비할 정도의 일반적인 학생들이라면 영어제시문이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학생들도 평상시 수능 외국어 영역의 난이도에 비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수능시험의 영어제시문과 논술시험에서 영어제시문은 독해전략을 다소 달리 해야 한다. 영어에 능통한 학생이라면 특별히 독해 전략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겠지만, 일반적인 학생들의 경우에는 함께 제시되는 (자료)를 먼저 분석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번 시험에서도, (자료 1)은 인간은 후천적인 교육을 통해서 사회화된다는 습득의 관점을 제시하고, (자료 4)도 학교 폭력을 유발하는 지역사회의 원인으로 학교 주변의 유해환경에 있다고 파악하면서 인간의 특성을 후천적 환경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자료 2)는 개인의 재능은 하늘이 내린 것이라는 허균의 「유재론」을 제시하며 인간의 특성을 선천적인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자료 3)은 순자의 성악설을 제시하면서 인간은 악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후천적인 교육을 통해서만 가치있게 살아갈 수 있다는 생득과 습득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이런 우리말로 제시된 (자료)를 차분하게 분석하다보면, 출제자가 영어 <제시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출제방향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문제2〕를 살펴보면 <제시문 A>와 <제시문 B>를 함께 활용하라는 조건이 제시되어 있다. 상반된 내용을 함께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 상반된 내용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상위개념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의 특성이라는 관점에서 상위개념을 정리하고, 그 안에서 인간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인 특성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는 <제시문 A>와 연관된 (자료 1), (자료 2), (자료 4)를 제시하고, 두 가지 특성이 혼합되어 있다는 <제시문 B>와 (자료 3)을 연관지어 분석하면 된다. `600자`라는 제한된 글자수 안에서 `함께 활용하여`라는 조건의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대략 12개 정도의 문장으로 나누어 앞의 1~3문장은 전체 내용을 담는 포괄적인 구성을 하고, 4~6 문장은 <제시문 A>를, 7~9문장은 <제시문 B>를 분석하여 제시하고, 10~12문장 정도에서 다시 내용을 정리하면서 전체 내용을 마무리한다면 효율적인 구성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실제 시험시간에 이런 구성을 반드시 틀에 맞춰 작성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600자라는 제한된 조건 속에서 글을 작성할 때 평상시에 체계적인 구성방식을 연습하지 않는다면 실제 시험장에서는 매우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끝으로〔문제3〕은, (자료3)의 관점을 직접적으로 지정하여 (자료 4)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요구하고 있다. `악`하게 태어난 인간을 후천적인 교육을 통해서 바로 잡아나가는 관점에서, 학교폭력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해결방안은 매우 다양하다. 문제는 시험이라는 제한된 조건 속에서, 특정한 관점의 방향에서 방안을 제시하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학교폭력의 문제는 오락실, 유흥업소, 노래방, 게임방 등에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런 시설이 없는 곳에서도 학교폭력은 발생한다.`는 식으로 작성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수험생 자신의 일반적인 생각을 묻는 것이 아니라, 특정 관점의 입장에서 제시해야 한다. 굳이 이런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실제 학생들의 글을 첨삭하다보면, 특정 주제어만으로 백일장에 나온 학생처럼 자유롭게 쓰는 학생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대학입시 논술은 글짓기가 아니라 시험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참고로 외대에서 중시하는 몇 가지 평가요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외대 논술 평가요소>

1.<제시문>과 (자료)의 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

2.<제시문>과 (자료)의 상관관계를 적절하게 읽어내는 능력

3.구체적으로 하나의 문제를 분석하는 통합적 사유능력

다른 대학과 특별하게 다른 것은 없지만, 영어제시문의 요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것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또한 다른 제시문과의 연관성 속에서 제시문을 분석해야 하고, 이것을 우리 사회의 구체적인 문제와 연관시켜 통합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도 중시하고 있다.

외대를 간다고 해서 영어제시문만 집중적으로 독해하는 연습을 한다거나, 외대 기출문제에만 매달려 연습하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좀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수능 외국어지문이나, EBS외국어 지문을 한 두 줄로 요약하여 주제문을 작성해보고, 다른 대학의 논제도 차분하게 분석해서 외대 특성에 맞게 작성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외대는 제시 자료 두 개를 모두 영문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것은 `지구촌 시대에 적합한 글로벌 인재를 양성`이라는 외대의 교육정신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시문 모두를 영문으로만 출제할 때 항상 나오는 문제가 본고사의 부활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곤 한다. 외국어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에서 외국어 제시문을 출제한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의 반박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학별 본고사 유형의 문제를 우려하는 의견도 대학측에서는 분명 참고해야 할 것이다. 물론 외국어대 영어 제시문이 현재 고등학교 교과과정의 영어수준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전 영역을 영문으로만 출제하는 것은 본고사 부활에 따른 폐단을 생각할 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외대는 분명 외국어대이지만, 그 앞에 한국외국어대학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둔산 일취월장 논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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