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news777@daejonilbo.com

19대 국회가 시작됐다.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은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오는 2016년 5월 29일까지 4년간 국정을 이끌 막중한 책무를 어깨에 짊어졌다. 새 출발을 하는 국회에 축하와 격려, 덕담이 쏟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앞선다. 임기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원 협상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실망스런 일이다. 임기 개시 뒤 7일째 되는 날 첫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선출한 뒤 상임위 구성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여야는 상임위원장 18석을 놓고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다. 법정 시한인 6월 5일 개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라 13대 국회 이후 개원 일정이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 18대 국회에선 의장단 선출에 41일, 원 구성에는 89일이나 걸린 것도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탓이었다.

'무능·폭력·저질 국회'라는 오명 속에 퇴장한 18대 국회의 교훈을 새기지 못하고 있다. 19대 국회도 닮은꼴이 될까 우려스럽다. 시작부터 꼬이고 있다. 임기 첫날에도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으니 예전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여기에 종북(從北) 논란, 논문 표절, 도덕성 시비, 부정경선 등에 휩싸인 사람들이 우르르 국회에 입성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더욱 험난할 것이다.

새로 시작한 19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과거와 다른 국회상 정립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요구에 맞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노력과 행동이 필요하다. 정치의 주역인 국회가 해야 할 소임을 다하라는 게 국민의 목소리다. 여야 모두 국민을 섬기는 국회로 쇄신하고, 서민의 눈높이에서 의정활동하며, 상생의 국회를 만들기 위해 새로 출발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먼저 '민생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의 소리를 듣는, 서민의 아픔을 보듬는 의정활동에 주력해야 한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경제를 살리는 데 앞장서라는 것이다. 경제난 속에 높은 물가와 가계 빚, 일자리 부족 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현실을 제대로 짚어내는 노력이 요구된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치열한 고민 속에 정책 대안과 법안을 제시로 국가적 역량을 높여야 한다. 국민의 기대치는 당리당략과 정쟁이 아닌 생산적인 국회에 쏠려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임기 첫날 민생 국회로 만들겠다고 다짐한 만큼 빈말로 그쳐선 안 된다.

다음으로 '상생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막말과 몸싸움, 폭력이 난무한 18대를 거울삼아야 한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존중할 때 빛이 난다. '국회 선진화법(몸싸움 방지법)'이 마련된 만큼 정파간 정쟁 대신 토론과 협의의 과정을 거치는 민주주의를 펼쳐야 한다. 여야 대결구도 속에 주요 법안 처리가 미뤄지면서 그 부담은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여야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가 싸움터가 아닌 일터라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옛날처럼 싸우다간 둘 다 쫓겨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극심한 정쟁(政爭)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국회가 대선 싸움에 제대로 굴러가겠느냐는 걱정이 그것이다. 19대 국회 문을 열기도 전에 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개원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내 편이 이겨야 된다'며 서로 물러서려고 하지 않는다. 무리한 공약의 남발도 횡행할 것이다. 미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대선 투쟁에 함몰되면 나라와 국민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국회도 껍데기로 전락할 위험성이 높다.

'일하는 상시 국회'가 돼야 한다. 의원들이 있어야 할 곳은 국회다. 국회 문이 항상 열려 있어야 국정에 대한 비판과 감시, 나라 살림살이를 제대로 살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의원 자유투표제가 활성화돼야 한다. 당론의 거수기와 행동대원 노릇을 그만두라는 얘기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곳도 국회다.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한다'는 직분을 잊어선 안 된다.

국회의 문제는 국회 스스로 풀어나가는 게 정석이다. 당장 눈앞의 과제는 법에 정한 개원일이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입법기관인 국회부터 법을 준수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19대 국회의 앞날은 어찌 보면 국회 문부터 제대로 여느냐에 달려 있다. 그 다음 민생을 챙기는 정치, 희망을 주는 정치를 내세울 때 국민의 기대치도 높아갈 것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