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로 한밭대 건설환경조형대학 학장

교권과 학습권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는 학습의 효율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선생님을 싫어하면 학교에 가기도 싫고 공부하기도 싫어진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필자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너는 글을 참 잘 쓰는구나" 하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 선생님의 칭찬에 잠을 설친 적도 있고 몇 년간은 소설가가 되겠다며 열심히 글을 썼던 기억이 있다.

초·중등 학교교육으로 일컬어지는 공교육은 국가가 보장하는 일정한 틀과 환경 속에서 교권과 학습권을 의무와 책임으로 규제한 제도권 교육이다. 따라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서로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데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사교육과 공교육은 서로 기능과 역할이 다르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원과 같은 사교육, 성인 평생교육은 시장주의에 따른 자유권적 학습장이므로 교육 수요자의 개인적인 목표와 평가에 의해 자유롭게 선택권이 주어지므로 갈등이 적다. 그러나 공교육은 틀에 박힌 교육환경과 형평성을 중시하므로 교사와 학생의 선택권이 매우 제한적이다.

또 공교육에 바라는 교사와 학부모의 목적과 기대가 다르기 때문에 늘 충돌이 발생한다. 교사는 교육의 본질 추구를 우선시하는 데 반하여 학부모는 내면적으로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 내 자식이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세상에서 평가가 없어지거나 모두 1등이 되기 전에는 남보다 잘하려고 하는 경쟁 위주의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교육이 대학입시의 수단이 아니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민주적 능력을 함양하는 인성교육을 추구하려 한다면 우리 사회가 교육의 본질 추구를 위해 거듭나야 한다. 이제 교육은 지식의 전달 수단이 아니다. 교사 중심의 지식전달 교육방식은 흥미가 없다. 권위주의 시대 학생보다 더 많이 아는 지적 우월성을 기반으로 한 선생님의 리더십으로 교육현장을 이끌 수 없는 것이다.

세상은 바뀌고 있다. 교육이 사회계층화를 주도하지 못한다. 대학 정원이 남아돌고 대학 진학률도 줄고 있다. 이제는 의사나 변호사가 최고의 직업이 아니며 개성이 존중되는 감성시대다. 개인의 창의력이 계발되어야 하는 가치 창조의 시대이다. 공교육의 보편성도 중요하지만 효율성도 중요하다. 획일화된 프로그램은 개성을 발현시킬 수 없고, 잠재적 자신의 창조능력을 키울 수 없다.

이제 교육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개인과 사회를 행복하게 하기 위하여 교육이 필요하다. 공교육의 본질은 첫째, 자신이 처한 어떠한 여건에서도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여 건전한 사회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지식과 소양을 익히게 하는 데 있다. 둘째, 개인의 창의적 잠재능력, 적성을 찾고 배양하여 행복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어 개인의 가치를 추구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공교육은 지식전달의 수단교육을 지양하고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 학생이 자신의 재능을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계발하여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함께 사회를 살아가는 인성을 익히도록 공부하는 방법, 살아가는 방법을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당국과 학부모는 기존의 형평성, 보편성 중심에서 창의성, 자율성 교육으로 인식을 전환하고 수월성 교육환경도 존중해야 한다. 학생마다 특기적성이 다르고 학습수준이 다른데 모두 같은 수준의 교육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학습권 침해라 생각된다. 초·중등교육에 교과교실제 등 수준별 이동 학습제를 도입해야 한다.

보편성 교육을 강조해온 한국의 여건에서 수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중·고등학교가 영·수 교과를 중심으로 같은 학년에 상·중·하로 수준별 반을 편성하여 시범 시행 중에 있고, 영재교육, 특목고, 자사고, 마이스터교 등 특기적성에 따른 특성화교가 이미 운영되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에도 국, 영, 수, 사회, 과학 교과를 같은 학년이라 하더라도 수준별 학급을 편성하여 이동수업을 실시하고 평가는 학습성취도, 학기 초와 비교한 학습 신장률을 중시해야 한다. 주입식 교육에서 토론과 발표식, 자기주도적 창의학습을 실시하고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특기적성 파악 및 학습신장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학생비율을 OECD 수준으로 높여야 하고 초등학교에도 상담교사, 전공교사제를 통한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내 자식은 1등이어야 한다는 학부모의 욕심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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