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순 교육문화부장 yss830@daejonilbo.com

최근 들어 오락 프로그램도 '슈퍼스타 K'와 '나 가수다' 등과 같은 아마추어나 비전문가 참여형이 대세다. 생산자와 소비자,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모호해진 스마트 시대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 시대 소비자들은 단순히 기업이 판매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제품을 구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기 입맛에 맞도록 제품을 개조하거나 아예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는 창조적 소비자인 '크리슈머'(Cresumer·Creative + Consumer) 혹은 전시회의 큐레이터처럼 스스로 삶을 꾸미고 연출하는 '큐레이슈머'(Curasumer·Curator+ Consumer) 등으로 불릴 정도로 똑똑하고 능동적인 소비자들이다. 크리슈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 사례가 애플의 앱스토어다. 유명 오토바이 브랜드인 할리데이비슨은 큐레이슈머를 활용해 대성공을 거뒀다. 이 업체는 소비자가 '자신만의 바이크'를 만들도록 돕는다. 10만 가지 이상의 액세서리 상품을 판매하며 전문 컨설턴트가 모터사이클을 개인의 취향에 맞게 변형시키는 방법도 알려준다.

이처럼 똑똑하고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욕구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만족'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영혼에 호소하는 '감동'과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영혼에 호소하는 기업이 미래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는 경영의 본질이 과학보다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아트(ART)에 더 가깝다는 것을 시사한다.

인간의 의사결정이 이성적인 측면보다 감성적인 측면에 더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도 많다.

지난 1987년 일본에서는 '햄버거 가격내리기 전쟁'이 벌어 진 적이 있다. 업계의 거인 맥도날드가 500엔이 넘는 햄버거 세트를 390엔에 팔기 시작했다. 롯데리아 등 다른 체인들도 따라서 가격을 400엔 이하로 내렸다. 하지만 일본 토종 햄버거 업체인 모스버거는 400엔이 넘는 세트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모스버거는 가격이 약간 비싸도 정성이 담겨 있으면 소비자들이 절대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햄버거 가격할인 전쟁은 2년후 맥도날드가 저가상품을 거둬들이면서 끝났다. 모스버거가 가격경쟁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가족에게 대접하듯 정성껏 준비한 식사'라는 철학이 있었다. '제값'을 받는 대신 진심어린 서비스로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얻는다는 전략이었다. 모스버거는 햄버거 재료도 주변 지역 농가에서 사다 썼다. 매장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3100여개의 지역 농가와 특별 계약을 맺었다. 주민들과의 친밀한 관계가 모스버거를 위기에서 구했다.

경영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1970년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기업과 사회의 공유 가치 지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발전이 강조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속에서 경영을 과학적 분석의 대상으로 접근하는 경영 교육도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MBA 교육은 짧은 기간에 실무 지식을 습득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급변하는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고 헤쳐나가기 위한 자질과 능력을 함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통계적 분석 기법으로는 예측이 곤란한 현상에 대해 인문학적 통찰력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려운 경제위기 상황에서 인문학은 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MBA 커리큘럼에 경영학 및 통계학 뿐 아니라 철학과 미학, 역사학, 법학 등 확장과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인문학 바람은 대학가에서 두드러진다. 취업에 유리한 실용학문 위주의 특성화 교육을 펼치던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학생과 시민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는 등 인문학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도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오랜 경영 경험을 가진 그는 자신을 예술가(Artist)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특히 '인문학과 융합된 기술만이 인간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그의 강한 신념은 '인문학의 붐(Boom)'을 이끌어 내는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통해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는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도 역사와 문학 등 인문학에 조예가 깊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리스 로마신화를 즐겨 읽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 지상주의', 실용학문에 매몰돼 있던 대학들이 인문학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대학이 본 모습을 조금씩이나마 찾아가는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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