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희 한남대 교양융복합대학 교수

늘 바쁜 일상 가운데에서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함께 사는 가족과 눈을 마주치면서 여유롭게 대화할 시간조차도 없을 때가 많다. 모처럼의 일요일, 간만에 가족을 한자리에 모아준 TV 프로그램에서 '불편한 진실'이란 코너를 방영하고 있었는데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소재를 재미있게 엮어가는 이 코너는 현 시대를 풍자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겨주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 인간들의 내면 안에 꼭꼭 숨겨두었던 진실들이지만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던 불편함을 잘 표현해주는 말 그대로 불편한 진실들이었다. 문뜩 얼마 전에 우연히 접하게 된 광고 카피가 불편한 진실로 다가와 가슴을 울리며 내게 질문을 던졌다.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서 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 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부모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길, 참된 교육의 시작입니다."

과연 나는 학부모일까 부모일까? 그렇다면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학부모와 부모 사이에서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 부모와 학부모 용어 자체의 아이러니를 뛰어넘어서 부모로서 자녀가 진정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마음의 다른 한 켠에는 여전히 1등, 좋은 대학, 출세만이 자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학부모로서의 마음은 자녀를 가진 누구나에게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마음 사이의 모순과 갈등이 절묘하리만큼 불편한 진실로 나타난 광고를 보고 교육자로서 착잡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수준은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는 반면 행복지수는 최하위라고 한다. 가슴으로는 아이들에게 꿈을 줘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머리로는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진정한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서 너도나도 점수와 서열 매기기가 앞서다 보니 공부와 행복은 반비례하고 나아가 공부는 불행의 근원이 되어버린 것이다. "멀리 봐라! 함께 가라! 꿈을 꿔라!" 하고 가르치려는 부모 본연의 모습으로 살고 싶지만 사회가 만들어낸 1등만이 최고로 보이는 '틀(frame)'은 학창시절 그들의 미래를 좀 더 멀리 보고 함께 고민하면서 꿈을 키워야 할 아이들로 하여금 혼란을 가져다주는 결과가 되어버렸다.

최근 조재연 신부님의 저서 '청소년 사전'에 따르면 부모와 자녀 사이의 서로를 향한 눈물겨운 몰이해를 지적하면서 부모와 아이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쓴다고 한다. 예를 들면 '욕심'은 '부모님이 탐내고 누리고자 하는 것을 아이에게 투영하는 마음'으로 사전적 의미와는 다르게 정의하고 있다. 또한 '조급증'이란 용어 역시 사전적인 정의와는 달리 '자녀가 못 미덥다는 증거'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가 부모인 동시에 학부모이며 학부모이기 전에 부모였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가 이루지 못한 일, 누리고 싶은 일을 자녀에게 투영하여 우리가 만들어낸 욕심이라는 '틀' 속에서 자녀의 출세, 행복을 자녀 자신이 아닌 학부모가, 학생 자신이 아닌 학교가 정한 '틀' 속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자녀의 어떤 행동에 여유를 가지고 바라봐 주기는커녕 우리의 생각의 시간에 자녀를 맞춰놓고 조급하게 움직이게 하는 것은 아닌지, 분명히 아이들은 제 속도로 가고 있는데 남보다 더 먼저 가는 것이 제 속도라고 가르치고 있지는 않은지? 자녀 입장에서 진정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찾게 해주는 대신 부모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자녀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모 자녀 간에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해 왔다면 이제는 진실한 소통이 필요한 때이다.

무엇인가를 배우고 알아간다는 것(學而時習之不亦說乎)은 분명 기쁘고 행복한 일일 것이다. 즐겁게 배움에 정진할 때 열매 맺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행복이나 출세는 결코 성적순은 아니다. 아이들이 미래를 멀리 내다보고 함께 꿈을 꿀 수 있게 만들어주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내 아이를 넘어서 모든 아이들은 그들 부모의 소중한 최고의 존재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은 물론이고 모든 아이에게 행복한 교육이 이뤄지도록 교육제도와 정책에 관심을 갖는 것도 한국의 학부모가 맡아야 할 소중한 역할 중 하나임을 인식하고 학부모와 부모 사이의 불편한 진실 속에서 우리는 진정 자녀를 믿고, 기다려주며, 격려해줄 수 있는 참된 부모임을 순간순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