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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열정의 무덤, 대비책은 있는가

2012-05-15기사 편집 2012-05-14 2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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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담청론-이지아 변호사

어느 영화에서 며칠 동안 머리를 감지 않고 모든 일에 신경질적으로만 대하던 부인에게 남편이 물었다. 무엇이 문제냐고. 왜 머리를 감지 않는 거냐고. 부인이 대답했다. 어차피 지저분해질 건데 왜 감아야 하느냐고…. 남편은 또 대답했다. 지저분해지면 다시 감으라고. 그게 인생이라고.

이처럼 인생의 지난함과 고단함을 간단명료하게 표현한 대답이 있을까? 인생은 그런 것이다. 마치 금방 지저분해질 머리를 감는 일처럼 대부분 지리하고 고단하다. 사막을 걷고 걷고 또 걷는 유목민처럼 우리의 인생은 많은 기쁨을 허락하지 않고 많은 의무를 지운다.

그러나 그런 인생에서도 인생을 지탱해주는 가치는 존재한다. 꿈, 소망 그리고 열정 같은. 우리 모두는 푸르디푸른 청춘이라는, 보기만 해도 그 푸르름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그런 계절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긴 여정을 버텨낼 수 있는 가치인 꿈과 열정, 소망을 가득 품은 계절인 것이다.

그 꿈과 열정을 가지고 많은 청춘들이 지금도 본인의 꿈을 향해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그러나 때로 그 꿈과 열정은 가진 자의 비뚤어진 권력욕과 욕망 아래 찢겨진다. 요즈음 매스컴을 하루가 멀다 하고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연예산업의 성범죄 사건들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것이다. 소속사 사장이 연예인지망생들을 성폭행하고 이도 모자라 소속 남자 가수들에게도 성범죄를 사주하고 이를 CCTV로 지켜보기까지 했다니. 이것이 과연 실제로 일어난 일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 죄질이 나쁘다. 이뿐이 아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이슈도 되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연예산업의 성추행 사건은 셀 수도 없을 정도이다. 표면에 드러난 것이 이 정도이되 수면 아래 잠들어 있는 사건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지.

우리나라의 연예산업은 한류라는 크나큰 흐름과 함께 최고의 블루칩 산업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딴따라'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비하하지 않는다. 오히려 청소년들의 선망의 직종이 된 지 오래이며 선호직종에서는 연예인이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어린 나이에 학생이라는 나이에 맞는 외투 외에 연습생이라는 또 다른 이름 아래 젊은 날의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 그들의 꿈을 위해서인 것이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어른의 세계에 뛰어든 그들을 보호해 줄 제도적 장치는 너무 미비하여 그 분야의 명성과 규모에 몹시 걸맞지 않은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현실 앞에 소중한 그들의 젊음과 꿈이 보호받지 못하고 그들을 어른의 쇼 비즈니스 세계에 보낸 많은 부모들은 불안해할 뿐이다.

계속 불거지는 연예산업의 잡음 때문에 미성년을 보호하기 위해 공정위가 마련한 표준전속계약서에는 미성년의 과다노출을 요구할 수 없으며, 과도한 시간의 노동을 요구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나, 이는 강제적인 구속력이 없는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이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제도적 장치와 내실을 기하기 전에 이미 규모와 명성이 먼저 커졌기 때문에 아직 미성년 연예인 또는 연예인지망생들을 보호할 울타리가 견고하지 못한 게 현재의 연예산업의 모습이다. 이에 이미 대중의 공분을 살 만한 범죄들이 속속 일어나고 있고 이에 대중들 역시 그 화려한 모습 뒤에 아름답지 못한 추악한 일면을 대면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아직 어린 꿈과 열정이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한 채 한순간에 사라지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나비가 한순간에 그 아름다운 자태를 완성하지 못하듯 수면 위의 백조의 우아한 모습과 달리 수면 아래 부단한 자맥질이 필요하듯이 모든 빛나는 모습 뒤에는 그에 걸맞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성장을 지켜줄 따뜻한 시선과 제도적 안전장치일 것이다.

연예산업이 그들의 빛나는 꿈과 열정의 무덤이 아닌 세계적으로 이름이 드높아지고 있는 그 명성에 맞는 그들의 꿈을 빛내줄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어야 할 때이다. 그래야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범죄 앞에서 그들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쇼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미 성인에 버금가는 책임감과 노력을 요구받고 있는 그들이지만 그들 또한 꿈과 소망을 가진 평범한 미성년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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