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선 선생의 나날이 새로워지는 일취월장 논술

대학교의 논술시험 출제경향을 보면 그 대학이 지향하는 교육이념을 살펴볼 수 있다. 경희대학교의 교시(校是)는 '문화세계의 창조'이다. 또 최근에 가장 중점을 두는 입시 유형에 '네오르네상스' 전형을 두어 선발하고 있다.

경희대 논술의 주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근 경희대학교의 논술을 보면

개인의 자유, 인간의 존엄성, 인간의 본성과 세계관같은 인간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주제와, 세계화, 흡연, 이혼관 등과 같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함께 묻고 있다.

서로 다른 제시문의 내용을 비교하여 차이점과 공통점을 분석하는 능력과,영어제시문을 포함하여 다양한 내용을 요약하는 문제가 기본을 이루고 있다. 제시자료의 객관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제시자료에 대한 평가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한 비판능력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논제 Ⅰ> 제시문 (가)와 (나)의 내용을 요약하고 주요논지를 논술하시오 (501자 이상~ 600자 이하: 배점 30점)

<논제 Ⅱ>

제시문 (나)의 내용에 근거하여 제시문 (다)의 흥부가 처한 상황의 해결방향을 오늘날 시점에서 서술하시오.(401자 이상~ 500자 이하: 배점 30점)

<논제 Ⅲ>

제시문 (라)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서술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제시문 (가)와 (나)의 주요 논지를 비판하시오. (501자 이상 ~ 600자 이하: 배점 30점)

-경희대학교 2012학년도 수시2차 논술문제(인문, 예체능계)

이 문제에서 가장 큰 변수는 제시문 (나)의 영어제시문이었다. 경희대 영어제시문은 다른 대학에 비해 영문 제시문 자체가 길고, 독해능력에 대한 평가도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영어제시문의 수준이 수능 외국어 영역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논술을 대비하기 위한 별도의 독해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수능 외국어영역이 5지선다형으로 일정한 답의 근거를 묻고 있다면, 경희대 영어제시문은 보다 깊이 있는 사고와 정확한 독해능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각별히 유의할 점이 있다. 한 때 모든 제시문을 영문으로 출제할 정도로 경희대는 영어독해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각각의 평가영역에서 특정 제시문만을 묻는 것이 아니라 세 문제 모두 각각의 제시자료를 다양하게 응용하여 평가하고 있다. '내용 요약, 해결방안, 비판'의 평가영역을 각 제시문을 통해서 다각적으로 분석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논술문제를 준비할 때 중요한 것이 정확한 글자수를 맞추는 것이다. 구체적인 글자수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특히 유의해야 한다. 글자수를 초과하거니 모자라는 경우에는 아예 평가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두 시간 가량의 시험시간에 영어제시문을 포함한 내용을 분석하고 이를 각기 다른 형태로 정확한 글자수를 맞춰서 써낸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논제Ⅰ>과 관련하여 대학측에서 제시한 예시답안을 보면 대략적인 해결방안을 찾아볼 수 있다.

①제시문 (가)는 경쟁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행위를 사회 운영의 핵심적 이념이자 원리로 제시한다. ②특히 경제적 영역에서 경쟁원칙은 개별적 노력의 이정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가장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하고 있다. ③제시문 (나)는 발전의 개념을 인간의 실질적인 자유를 신장하는 과정으로 본다. ④오늘날 우리 지구상에는 계속되는 빈곤, 기본권의 부재, 광범위한 기아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는 것이 발전의 핵심이다. ⑤그러므로 정부의 역할은 효과적인 사회보장제도와 공공시설의 확충을 통하여 절대빈곤층을 위한 기본적인 자유를 보장하는 데 있다. ⑥제시문 (가)는 사회조직의 운영 원칙으로 자유경쟁을 성공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회 복지 및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⑦반면 제시문 (나)는 국가와 사회는 최소한의 기본권을 위한 응급조치들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사회적 취약계층의 역량강화를 위한 적절한 제도를 수립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⑧이것은 국민들이 자유로운 사회적 선택과 공공의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

-경희대학교 2012학년도 수시2차 논술 예시답안(인문, 예체능계)

※ 각 문장번호는 글쓴이

경희대에서 제시한 예시답안의 문장구성을 보면 크게 8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시문 (가)와 (나)의 내용을 요약하고 주요논지를 논술하라'는 요구조건에 맞춰서 핵심을 요약하고 부연 설명하는 구조이다. 각각의 문장 구성을 보면, '① (가) 핵심요약 ②부연설명 ③(나) 핵심요약 ④부연설명 ⑤요약정리' 이 ⑤번 문장까지가 내용요약에 해당한다. 이어서 '⑥(가)의 주요논지, ⑦(나)의 주요논지 ⑧요약마무리'의 문장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입시논술 자체가 일반적인 글쓰기와 크게 다른 것은 없지만, 정확한 요구조건에 맞는 입학 시험으로써의 글쓰기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대학별 출제경향에 맞는 정확한 글자수에 대한 연습이 함께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좀 더 체계화하여 정리하면 대략 3단계의 구성이 필요하다. 먼저 몇 글자를 쓸 것인지를 정한다. 그리고 그 문장에 맞는 문장의 수를 나누고, 문장 단계별로 일반적인 설명형인지 주장형인지를 분류하여 세부적인 항목을 정해나가면 된다.

예를 들어 500자를 쓰려고 한다면 대략 10개 정도의 문장이 적절하다. 정확하게 제한할 수는 없지만, 우리말에서 가장 읽기에 적절한 글자수는 띄어쓰기를 포함했을 때 대략 50자내외가 적절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10개의 문장을 요구조건에 맞게 다시 분류한다. 예를 들어 '제시문 (가)와 (나)의 내용을 요약하고 주요논지를 논술하라'는 문제 특성에 따라 앞부분은 요약, 뒷부분은 주요논지 논술로 나누어 작성해 나갈 수 있다. 형식적인 특성으로 나누어 본다면 '① (가) 요약 ②부연설명 ③(나) 핵심요약 ④부연설명 ⑤요약정리'로 나누고, '⑥(가)주요논지 ⑦부연설명 ⑧(나) 주요논지 ⑨부연설명 ⑩전체 요약마무리'의 구성이면 매우 안정적인 구조로 쉽게 써나갈 수 있다. 물론 반드시 10개의 문장으로 한 문장 당 50자씩 정확하게 맞춰 작성할 필요는 없다. 상황에 따라서 강하게 주장을 하거나 핵심을 간결하게 요약정리할 때는 20자 내외로 압축할 수도 있고,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 때는 80자 이상으로 써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평상시에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의 정해진 분량에 맞춰서 오차범위 10% 이내로 연습하는 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양한 상황에 맞게 여러 가지 방식으로 준비를 하고 필요할 때마다 적절하게 활용하는 상황훈련이 필요하다.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쓰는 일기가 아니라면, 글로 쓰는 시험에 맞는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앞서 강조한 것처럼 경희대학교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우리 사회의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삶이란 무엇이고 올바를 삶이란 무엇인지 가장 근원적인 철학의 문제부터, 바로 오늘 아침에 나온 뉴스의 사건까지 다양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한편, 경희대학교가 논술에서 영어제시문의 비중이 높다고 특별히 우려할 부분은 없다. 평상시 외국어 영역을 공부하면서 문제만 풀고 답만 맞춰보려 하지 말고 영어제시문을 간결하게 요약정리해보는 평상시의 습관이 중요하다. 또 다른 제시문과의 연관성 속에서 제시문의 방향을 잡고 독해를 해나간다면 큰 어려움 없이 준비할 수 있다.

경희대학교는 1차수시에서 학교생활충실자, 네오르네상스, 고교교육과정연계교육, 사회공헌역경극복대상자, 창의적체험활동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선발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전형이 특목고나 자사고의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라는 일부 비판도 있지만, 보다 더 다양한 기회를 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적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하여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2차 수시에서는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으로 나누어, '학생부 40%: 논술 60%' 전형과 '학생부 60%: 논술 40%' 전형이 있다. 논술 40% 전형 비율도 대단히 높지만, 논술 60% 전형은 절대적인 평가요소가 된다. 논술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대비가 필요하다. 둔산 일취월장논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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