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임 타라 브랙 지음·김선주 김정호 옮김 불광출판사·456쪽·1만9800원

살다 보면 누구나 '인생의 늪'에 빠지게 된다. 사업에 실패 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때, 많은 사람의 기대가 부담스러워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

나를 짓누르는 무기력증, 슬픔,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이 밀려들어 괴로웠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런 감정들은 마치 늪과 같아서 빠져 나오려고 허우적 대면 댈 수록 더 깊이 발이 빠져 들어가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럴 때 마다 우리를 더 괴롭히는건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쓸모가 없나봐' 하는 자책감이다. 인생은 이렇게 후회의 연속일 수 밖에 없을까.

임상심리학 박사이자 불교 명상가인 타라 브랙은 '이 순간을 받아들임'으로 인생의 늪에서 빠져 나오라고 충고한다.

자기 자신에게 쏘는 비난의 화살을 멈추고 나를 사랑할 때 마음의 평화가 더 빨리 찾아 온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비난의 화살을 타인에게 쏘라는 것은 아니다.

남을 탓하는 것은 일시적인 실패감에서의 도피일뿐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패배를 숨길수록 두려움은 더욱 커지게 되고 이것은 다시 나의 불안전함을 탓하는 화살이 되어 다시 나에게 꽂히게 된다.

후회하는것도 안되고,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방법도 옳지 않다면 이런 마음의 고통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 답은 책 안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바라보고 놓아주고 자유로워져라.'

집착을 내려놓고 현실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마음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의 실패 혹은 나를 괴롭히는 고민은 삶을 완벽하게 만들겠다는 망상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이런 생각을 버리고 불완전함이 우리의 자연스러운 일부임을 받아들였을 때 우리를 괴롭히는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힘들때 '위로'를 바란다. 힘들고 지칠때마다 '괜찮아, 잘될거야' 라는 말을 듣고싶어 한다.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괴롭다고해서 달콤한 위로에 기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이 또한 문제의 근본을 치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다면 내면의 상처와 마주해야 한다.

자신의 정체와 마주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불교적 명상'을 추천한다. 명상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해 각 장 말미마다 명상법을 소개하고 있다.

명상은 우리가 깨달은 행복을 유지하고 근본적인 수용을 강화하기 위한 실천 법이다.

자세를 바로하고 깊게 숨을 내쉬고 온 몸의 긴장을 푸는 것 만으로도 마음의 상처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그 다음 우리가 처한 상황을 곰곰히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의 내면을 마주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현실이 너무 괴롭고 힘이 들때면 숨을 고르고 나를 받아들이는 시간조차 버거워 즉각적인 '진통제'가 절실할 때도 많다.

하지만 저자는 흔들리지 않고 시종일관 '근본적인 치유'를 외친다.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그것을 친절함과 사랑의 마음으로 감싸 안을 때 마음의 파도는 잔잔한 호수가 된다.

내 스스로가 미워 견딜 수 없을 때, 자신감과 자존감이 바닥까지 치달을 때 일수록 나에게 자비를 보여야 한다.

내가 나를 어루만질 때 비로소 후회는 끝이 나고 이 순간 오롯이 진실된 나만 남게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외치는 '근본적인 치유'다.

최진실 기자 choitruth@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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