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최종편집일 : 2017-12-12 23:55

지역친화형 대학을 꿈꾸며

2012-05-12기사 편집 2012-05-11 22:03:23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외부기고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폴라로
  • 핀터레스트

김원배 목원대 총장

"두 번째 감리교 신학대학? 그리고 대전?… 다른 교육방법을 시행해야 한다는 의논이 있었고… 서울과 대구 같은 큰 도시와 시골 지역 간에… 대한민국 모든 곳에 기여(serve)하려는 목적은 중앙에 위치한 장소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여… 대전은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춘 곳으로… (중략)"

올해로 개교 58주년을 맞는 목원대학교를 설립한 도익서 박사(Dr. Charles D. Stokes)가 1962년에 쓴 편지의 일부이다. 편지 내용의 곳곳에서는 6·25 전쟁 직후인 1954년 학교를 설립한 때부터 당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육에 중점을 두는 '실천을 통한 학습(learn through doing)'을 강조하면서 특히 방학 기간 중 학생들이 지역사회로 돌아가 여러 가지 쓰임을 받도록 하고 있다는 내용이 보인다.

얼마 전 필자는 도익서 박사의 편지를 모아놓은 책을 다시 펼쳐볼 기회가 있었다. 1939년부터 1983년까지 설립자가 미국의 감리교회와 친지들, 후원 교회 등에 보낸 수많은 편지를 읽으면서 현재 총장직을 맡고 있는 나 자신과 우리 대학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목원대가 감리교 대전신학원으로 발족한 처음부터 철저하게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었다는 것과 지역사회에서 대학의 존재가 가지는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해 왔다는 것은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에도 우리에게 주는 뜻이 남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고 대학 졸업장이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닌 이 시대에 출신대학은 여전히 개인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이고, 결국 대학 서열화와 취업률 경쟁은 지역 대학 기피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참으로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지역 대학의 총장으로서 필자는 현재 지역 대학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의 해답이 아이로니컬하게도 지역 대학의 존재 자체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지역사회와 분권의 가치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없다면 지역 대학의 미래는 물론이고 존재 자체도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역 구성원으로서의 지역 대학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외국의 경우 대학이 들어서고 나서 지역사회가 대학을 중심으로 발전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역과의 관계보다는 토지비용에 우선을 두고 부지선정을 하다 보니 외딴곳에 위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입지적 특성으로 대학 구성원은 학교를 생활의 터전이 아닌 수업과 업무를 위한 공간만으로 여기게 되고 결과적으로 지역과의 교류를 가로막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1999년 이전한 목원대의 현 캠퍼스 주위로 하루가 다르게 도안신도시가 조성되고 있다. 길을 지나다 보면 '도안신도시 목원대 중심상권'이란 문구의 현수막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지역과 대학의 공생발전을 위한 최적의 입지는 혹자가 말하는 것처럼 행운임에는 틀림없지만 오히려 더 큰 책임과 의무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 '지역밀착'이니 '지역친화' 같은 추상적인 유행어 대신 대학이 그 자체로 있는 그대로의 지역이 되는, 지역 속에 스며드는 변화가 필요하다. 대학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은 평생교육과 사회봉사 등의 다양한 형태로 지역 정체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지역 속에 위치한 캠퍼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지역민을 위한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목원대는 정문 앞의 문화거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의 자원을 활용하여 문화거리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다양한 콘텐츠로 채워 나갈 것이다. 특히 학교 정문 앞 대로를 경계로 서구와 유성구가 마주하고 있는 모습은 전국의 어느 대학에서도 보기 힘든 예다. 각 구의 특색을 반영한 디자인과 문화 콘텐츠는 대학을 꼭짓점으로 하는 지역 교류의 새로운 모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간적 소통의 장은 대학과 지역을 이어주는 연결점으로 또 다른 차원의 문화를 통해 주변 지역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대학은 대지에 뿌리를 박고 커가는 식물과도 같은 집단이다. 토양이 식물에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지만 잘 자란 식물은 꽃과 열매로 주변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필자는 58년 전 도익서 박사가 그랬듯이 오늘날 진정한 지역 친화 대학의 꿈을 꾸고 있다. 오늘은 비록 작은 씨앗이겠지만 장차 세월이 흐른 뒤 대전의 중심 지역에 활짝 핀 커다란 꽃을 그리고 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