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회 입양의 날

  대전 대덕구에 거주하는 위탁모 송씨가 잠들어 있는 위탁아 민우를 안고 있다.
빈운용 기자 photobin@daejonilbo.com
대전 대덕구에 거주하는 위탁모 송씨가 잠들어 있는 위탁아 민우를 안고 있다. 빈운용 기자 photobin@daejonilbo.com
최근 해외·국내 유명 연예인들의 입양사례가 공개되면서 국민들의 입양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체 입양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입양비율이 지난 2005년 41%에서 지난해 59.2%로 증가했다. 가족 구성원을 만드는 또 하나의 방법인 입양에 대한 인식은 더 이상 부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상처를 받았지만 새로운 보금자리를 기다리는 입양 대기 아동과 새로운 구성원을 받아들인 가족을 만나봤다.

△ 가슴으로 낳은 딸

대전 서구 낭월동에 거주하는 박상현(37)씨는 지난해 9월 새로운 딸 민서(11개월)를 얻었다. 태어난지 120일이 지나 박 씨의 가족 구성원이 된 민서는 지난 2010년 입양을 신청하고 1년여간 기다려온 소중한 딸이다.

박 씨는 "우리나라의 많은 아이들이 외국으로 입양되는데 굳이 외국까지 보낼 이유가 있나 싶었다"며 "내가 낳아야만 내 자식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입양을 결심했다"고 입양 계기를 설명했다.

결혼초기부터 입양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박 씨는 아내와 함께 입양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결혼 생활 중 낳은 아들들이 혹시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부모에 대한 관심을 빼앗겼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또 양가 부모님들이 행여 입양에 대해 반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입양전 두 아들에게 입양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놓자 민서를 친동생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오히려 두 아들 사이에 경쟁심리가 생겨 민서를 더 잘 챙겨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씨는 "민서가 집으로 오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아들들이 더 기대하는 눈치였다"며 "입양하기 전 아들들이 민서를 해코지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막상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모든 관심이 민서에게 집중됐다"고 집안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자녀 3명을 돌보는 것은 박 씨 부부에게 힘든 일이었지만 아들과 딸아이를 키우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

박 씨는 "양가 부모님들도 민서를 보면 막둥이 왔다고 귀여워해 주고 있어 집안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며 "민서가 가족이 되면서 구성원이 늘어나 아이들이 성장하면 시끌벅적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입양 대기 아동 보살피는 위탁모

민우(예명)는 지난달 23일 출생 직후 대전 서구 갈마동에 위치한 동방사회복지회로 맡겨졌다. 이틀 후 복지회는 민우를 대전 대덕구에 거주하는 위탁모 송모(46·여)씨에게 맡겼다.

송 씨는 위탁모를 시작한지 한 달 정도 됐지만 민우가 두번째 아이다. 송씨가 맡은 첫 번째 아이는 심장에 작은 구멍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고 서울 시설로 옮겨가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 가래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 보니 심장에 작은 구멍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송 씨는 그렇게 첫번째 아이를 떠나 보냈다.

"첫째 아기가 입양돼 가는 것이 아니라 아파서 떠나 보낸 것이라 마음이 더 아프다"며 "떼도 많이 쓰고 나에게 안기는 것을 좋아했는데 보육시설로 가면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아 안쓰럽다"며 송 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남자 아이들은 입양이 잘 되지 않아 민우도 그렇고 전의 아기도 걱정이 많이 된다"며 "언제 떠나 보낼지 모르겠지만 어디에 살건 좋은 부모 만나 행복하게 지내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석모 기자 ksm11@daejonilbo.com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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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서구 낭월동에 거주하는 박상현씨가 입양의 날을 하루 앞둔 10일 딸 민서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전 서구 낭월동에 거주하는 박상현씨가 입양의 날을 하루 앞둔 10일 딸 민서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석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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