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위 곧은소리

역대 국회 중에서 최악의 국회라 할 18대 국회가 이제 그 막을 내렸다. 몇 가지 법칙을 통해 18대 국회가 왜 최악의 국회인가를 밝히는 자료로 삼고자 한다.

첫째는 "의안에 대한 여·야의 대립각(對立角)과 국회의원의 심의 시간은 반비례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의안에 대한 여·야 간의 대립각(對立角)이 높으면 심의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렇지 않으면 심의 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대립각을 높이 세운 의안은 여·야 간의 협상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18대 국회에서는 그런 의안일수록 그 심의 시간은 여간 짧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하였다.

2009년 3월의 어느 날, 여야 총무 간의 협상 내용이 발표되었다. "여야가 협상하기 어려운 법안은 100일간이란 기간을 두고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심의해 본 다음 국회법에 따라 표결 처리한다."

얼마나 편한 결정인가? 여야가 합의점을 발견하기 어려운 사안일 경우, 언제나 사회적 논의기구에 그 논의를 맡기고 결과에 따라 표결에만 참여하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실제로 그들은 그렇게 해 놓고 자기들은 외유(外遊)길에 오르는 장면을 목격했던 것이다.

두 번째는 "국회의장과 국회의원의 신변안전은 반비례한다." 세상천지에 이런 법칙이 어디에 있겠나 싶을 것이다. 그러나 18대 국회에서는 이 법칙이 통했다. 임기 첫해에 맞이하는 첫 번째 정기국회에서부터 시작하여 임기 말의 최루탄 테러에 이르기까지 수도 없는 테러로 국회는 난장판이 되었다. 그때마다 의원들은 그 테러의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었다. 해머와 전기톱과 물대포와 욕설과 몸싸움과 주먹질이 횡행하는데도 국회의장은 어느 경우 한 번도 의원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 전여옥 의원 같은 이는 국회 안에서 법안에 불만을 품은 시민단체의 대표들에 의해 손가락으로 눈을 후벼 파이는 정도의 테러를 당했다. 전라남도 순천 출신의 김선동이라는 초선의원은 회의장 안에서 최루탄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에 대해 책임지는 국회 간부는 한 사람도 없었다. 테러의 현행범을 고발하라는 국회의장의 노기 띤 음성도 들을 수 없었다.  셋째는 "국회의원의 회의참석률과 정치역량은 반비례한다." 18대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가진 정당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었다. 그러나 과반수 의석만 가지고 있으면 무슨 소용인가? 법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不知其數)다. 2008년도 추경예산안도, 2009년도 초의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할 법안 10여 건도, 해외 파병 주둔기한 연장 비준 동의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여야 간의 합의가 안 되어서도 아니다. 표결이 있을 때마다 어이없게도 한나라당 측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서였다.

왜 의결정족수가 부족했을까? 정치경험이 많은 당내 거물들이나 중진들이란 사람들은 이런저런 외부행사에 나가 자리에 없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의원들은 초선급 의원 정도이니 정족수가 부족할 수밖에 없어서다.

넷째는 "시민단체와 정당의 역할은 반비례한다." 지난 서울시장 후보경선을 보면 정당이 정당이기를 포기한 정치현상이 극명(克明)하게 드러났다. 당내 경선으로 당선된 민주당 후보자가 다시 무소속 후보와 경선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무소속 후보는 누구로부터 경선되어 후보자가 되었기에 정당 후보와 함께 경선하는 것인가? 정당이 정당이기를 포기하는 광대 짓이라 할 것이다. 이러니 시민단체의 역할은 커지고 상대적으로 정당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은가?

다섯째로 "정치인과 국민의 우국충정은 반비례한다." 이 글의 결론으로 하고 싶은 말이다. 정치인들이 나라를 외면하고 있으니 국민이 오히려 나라를 걱정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싶어 하는 얘기다. 북한이 일으키고 있는 각종 도발에 대해서까지 북한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먼저 대한민국을 비난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자국 내에 군사기지 하나 마음대로 건설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정치세력도 있다. 그러면 그럴수록 국민들의 애국심은 더욱 불타오른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어찌 이다지도 무시(無視)하고, 어찌 이다지도 나라 망하는 꼴을 보려고 안달하는가? 19대 국회가 예외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인데 왠지 허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