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광장- 김성엽 목원대 사회과학대학장

최근 중국인의 한국여성 살인사건으로 외국 이주민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면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필리핀 출신 결혼 이주여성 이자스민 씨에게 일부 네티즌들이 인종차별적 공격을 가하고 있어 우리 사회가 다문화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위와 같은 사실을 통해 `썩은 사과 하나를 보고 이 과수원 사과는 다 썩었다`고 말하면 그야말로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며칠 전 LA 폭동 2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미주한인 총연합회가 발표한 성명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흑인 청년을 집단 구타한 4명의 백인 경찰관에 대한 무죄 판결에 반발한 현지 흑인들이 벌인 무차별 총격에 우리 교포가 숨지고 수많은 상가가 약탈, 방화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번 성명은 폭동의 가해자를 탓하는 대신 미래지향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던 한인사회의 자성과 분발이 촉구된다는 점에서 급속히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울림을 준다.

이제까지 한 민족의 정체성을 강조해 왔던 우리 사회의 폐쇄성과 배타성이 타 민족을 경시하는 풍조로 나타나 국내에 거주하는 수많은 외국 이주민에 대한 인종 및 민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고 있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이주자들이 외모나 언어구사 능력의 차이를 이유로 한국에서 따돌림과 차별을 당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문화는 민족 및 언어, 지리적 차이에 따라 그 특성을 유지하면서 집단별 언어 및 문화적 차이가 상존한다.

각각의 문화는 삶이 지닌 고유의 행동양식에 불과하지만, 이 양식의 고유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타 문화를 배척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얼마 전 일본 재계의 총리라 불리는 오쿠다 히도시 경제단체 회장은 일본이 외국인에 대한 뿌리 깊은 거부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일본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였다. 국내적으로 인구수의 절대감소로 인한 국내 전문 인력의 감소에 따라 인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국내기업들의 발 빠른 움직임도 근래에 늘어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해외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기업은 혁신적인 글로벌 인재 확보와 육성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는 설립된 지 30여 년 만에 반도체, TV, 스마트폰 부문에서 세계시장 1위에 우뚝 올라섰다. 한국기업으로서 `글로벌 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잠재역량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열린 자세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협력해 나가는 글로벌 네트워크 체계를 이뤄 왔다. 이를 통하여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쫓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낼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얻게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김황식 국무총리는 다문화는 이제 세계화시대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정부는 외국인에 대한 혐오증이나 부정적 인식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종합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함을 주장한 바 있다.

필자는 6년째 외국 유학생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사랑의 샘터`를 운영해 왔다. 그 과정에서 우수한 유학생을 유치하고 교육하는 것 이상으로 인간적인 교감을 느끼면서 그들의 고충을 들어 주고, 동기부여를 해 줌으로써 함께 어려운 일을 해소하는 의미 있고 즐거운 생활이 되어 왔다. 무엇보다도 외국 유학생의 적응을 위해 건전한 대학생활과 인간관계를 개선시킴으로써 부정적인 정서 및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줄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적절한 대안이 필요했다.

그런 과정에서 가끔 외국 유학생을 돕고자 하는 자원봉사자 또는 기관 가운데서 나타나는 불편한 진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유학생들에게 자기 생각대로 일방적인 혜택과 요구에 따른 부담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요한 실수인 줄 모르고 대부분의 봉사자 들은 무엇인가 혜택을 주면 자동적으로 반응이 따라 주어야 한다는 일방통행식의 동화에 보다 익숙해 있는 듯하다. 그러나 다문화 사회가 성숙되기 위해서는 타 문화들과의 상호 문화적 관점에 따라 접근하여 상호의존과 공존이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개인이 양쪽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화적 차이를 인식하고 상호 심리적 갈등 없이 소통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다문화 사회가 성숙되기 위해서는 다문화 구성원 간의 문화 적응능력을 증진시켜 나갈 수 있는 자구노력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관심과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리라 본다. 그들에게 한국 문화와 관습에 따르기를 강요하기보다는 그들이 지닌 문화적 특성을 스스로 지켜 나갈 수 있는 환경과 공존관계를 통하여 한국적인 문화양식을 하나씩 이해해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앞으로 우리 현실에서 다문화는 불가피하다. 무엇보다도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다양한 인재를 받아들여 기회를 주는 포용력이 필요하다. 또한 많은 이주 외국인들의 문화 및 경제활동을 통해 자아실현과 자립을 권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권장하는 풍토가 확대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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