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침체 부르는 하우스푸어

'하우스푸어'란 집을 보유한 가난한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은 번듯해 보이는 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인한 이자 부담 때문에 빈곤한 삶을 이어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0년 기준 하우스푸어를 157만가구로 분석했다. 이는 전체 가구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문제는 경기 둔화세가 실질임금 상승세보다 뚜렷해 하우스푸어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에는 본격적으로 집을 장만하는 30-40대의 하우스푸어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하우스푸어의 증가가 부동산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짚어봤다.

◇가계 빚에 이자난… 하우스푸어 급증

통계청·금융감독원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 자료에 따르면 자기 집을 보유한 가구의 평균 부채는 6353만원으로 지난해(5629만원)에 비해 1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3373만원에서 3688만원으로 늘어난 가처분소득 증가율(9.3%)의 1.4배 수준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167%에서 173%로 높아졌다. 또 월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48만원에서 60만원으로 25% 늘었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소득보다 부채와 원리금 상환액이 더 크게 늘었다는 것은 가계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라며 "집은 있지만 무리한 대출과 세금 부담으로 실질소득이 줄어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지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집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신세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 12월 말 현재 가계부채총액은 912조881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890조6000억원보다 22조3000억원 늘어 900조원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에는 주택담보대출액의 증가가 두드러졌다"며 "주택 취득세 감면 혜택이 끝나는 12월 말 전에 집을 사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주택담보대출 액수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3분기와 비교해 은행권에서 6조5000억원이 증가했으며, 비은행권에서도 3조원 가량 늘어났다.

반면 올해 1분기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했다. 특히 수도권은 지난해 1분기 이후 4분기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우스푸어 입장에서는 주택을 제 가격에 팔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30-40대 하우스푸어 증가세

최근 들어 중 30-40대의 하우스푸어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집을 장만하는 30-40대 주택담보대출자중 19.3%가 하우스푸어에 달한다. 반면 50-60대 중장년 층은 각각 10% 초반의 비중을 보였다. 30-40대의 하우스푸어 비중이 높은 것은 최초 내집 마련을 하거나 자녀들이 자라면서 좀 더 큰집으로 이동하기 위해 무리한 대출을 받기 때문이다. 국내 한 연구소는 생활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이 30% 이상이고, 가용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100%를 초과하는 사람을 하우스푸어로 규정했다.

◇하우스푸어 영향? 경매물건도 증가

경매물건수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전국기준 경매물건 수는 전월 대비 9.69% 감소한 1만9753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했다.

반면 제2금융권의 경매물건은 꾸준히 늘어나는 양상이다. 경매정보업체 지지 옥션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아파트·주상복합 경매 물건을 조사한 결과 2006년 669건(1.84%)에 불과했던 저축은행 비율이 2011년 2494건(10.19%)까지 늘어나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하우스푸어의 파산이 속출하고 있다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또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아파트·주상복합 경매 물건을 조사한 결과 2006년 669건(1.84%)에 불과했던 저축은행 비율이 2011년 2494건(10.19%)까지 증가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이 저축은행 경매 비율이 늘어난 것은 하우스푸어의 파산이 늘고 있다는 것으로 점치고 있다.

◇출구전략 시급히 마련돼야

하우스푸어의 증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부정적이다.

가계 빚을 갚느라 소비를 못하면 경기가 침체에 빠지게 되고 경기침체는 소득 감소로 연결된다. 곧 악순환의 연속인 것이다.

임병철 연구원은 "하우스푸어의 출구전략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시점으로 우선 심리적 불안 제거가 시급해 보인다"며 "부동산은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과거 집값 급등 시절에 만들어졌던 부동산 규제는 거래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하우스푸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부채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다"며 "부채 증가의 속도를 완화하는 거시적인 정책과 함께 재무구조가 취약한 가계를 지원하는 미시적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대묵 기자 mugi1000@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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