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는다. 꽃이 피고 지는 싱그런 녹음의 계절이다. 세월의 흐름은 세상의 이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권력 또한 마찬가지다. 오늘의 정치상황이 권불십년(權不十年)에 비유된다. 꽃이 지고 사람들도 스러지고 있다. 아무리 높은 권세라도 내리막길은 피할 수 없다. 앞의 일을 경계 삼아 뒤에 오는 사람은 새 길을 만들어야 한다.

요즘 하수상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권력 누수가 일어나는 임기말이라고 하더라도 심하다. 레임덕에 권력비리 의혹들이 삐져나온다. 이곳 저곳에서 숨겨진 지뢰가 터지고 있으니 국정 운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권력을 쥐고 흔들었던 이 나라 실세들의 부패와 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놀랍다. 빙산의 일각에서 점점 몸통으로 번지는 것을 보니 절대 권력은 반드시 썩는다는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가지 않은 길`을 노래한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가 다가온다.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이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 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삶의 행로를 서정적으로 표현하면서 담담하게 인생을 관조한 프로스트의 예지가 돋보인다.

인생은 어느 길을 가느냐에 따라 사람이 바뀌고, 운명이 갈리며, 평가도 다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권력 실세들이 걷는 길을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을 위한 길에서 비켜난 권력 사유화와 이권 챙기기란 부패의 지름길에 빠진다. `가야 할 길`을 제쳐놓고 `가지 말아야 할 길`로 깊숙이 들어가 수렁 속에서 파국을 맞는다. 바른 길인지, 그릇된 길인지 가리지 않고 무모하게 권력을 휘두르다 종국엔 쓸쓸한 퇴장으로 마무리한다.

올 봄을 전후해 권력형 대형 비리가 잇따르고 있다. 하나가 터지면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위기와 고비의 연속이다. 4년 전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 재연되고 있다. 엉뚱한 길로 들어선 것이다. 진작 국민과의 약속대로 했으면 박수받을 일이다. `광우병 발생시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는 공언을 해 놓고도 딴소리다. 2008년 `뼈저린 반성`과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대통령의 발언도, 검역주권 강화도 온데간데없다. 다시 촛불집회가 열린다고 한다. 갈등과 대립의 길로 치달아 안타깝다.

권력부패의 낭떠러지 길로 추락하고 있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뒷모습이 처연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 멘토`로 불렸지만 개발업자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방통대군`으로 군림하며 정권 보위에 앞장섰던 권세는 몰락의 길로 치닫고 있다.

불행의 뒤안길을 걷기는 `만사형통`으로 불린 이상득 의원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의 친형이자 현 정권 최고의 실세로 불렸던 그였지만 검찰 칼끝의 최종 목표로 지목받고 있다. 권력을 손 안에서 주물렀던 이 의원은 자신의 장롱 속 7억 원을 `쓰다 남은 돈`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정도다. 그 밑에서 보좌관으로 11년 동안 심부름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배운 도둑질`로 곳곳에서 설치며 말썽을 일으킨 것도 우연이 아니다.

회피의 길을 택해 상황을 모면하려는 행태도 가관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얘기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권력 남용과 권력 사유화가 드러나고 있는데도 사과나 반성 없이 넘어가려 한다. 증거 인멸과 돈뭉치로 입막음하고 권력의 압력이 역력한데도 `내 탓`은 없고 책임지려는 사람도 없다.

역대 정권 때마다 임기말엔 으레 험난한 비탈길에 선다. 하산 길이 위험하다. 위기와 곤경, 고비와 기로에서 권력의 뒷모습이 드러난다. 감출 수 없고 고칠 수도 없다. 권력형 부패가 공식처럼 터져 나온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대통령 직선제 이후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수레가 엎어졌는데도 뒷수레인 이 정부도 `닮은꼴`이다. `복거지계(覆車之戒)`의 교훈을 망각한 것이다.

또다른 권력의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미래 권력이 떠오른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권력의 추가 움직인다. 급격히 무너지는 현 정권의 권력, 그리고 그 권력으로 향하는 여당, 이에 맞서 새로운 권력을 만들고자 하는 야권 등 권력 차지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역대 대통령이 걸었던 실패의 길이 아니라 쇄신과 개혁이란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 일방통행보다는 소통의 길, 대립·갈등보다는 화합·신뢰의 길을 만드는 게 국민을 위한 정치의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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