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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패율제도를 살려라

2012-04-28기사 편집 2012-04-27 22: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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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한남대 정치언론국제학과 교수

4·11 총선에서 내가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광주 서을에서 새누리당으로 출마한 이정현 후보와 대구 수성 갑구에서 민주통합당으로 출마한 김부겸 후보의 낙선이다. 바로 그것 때문에 나는 여야의 석패율제 도입협상이 막판에 무산된 것을 매우 애석하게 생각한다.

석패율 제도는 특정 정당이 취약한 지역에서 몇 명의 후보를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로 동시에 올려 지역구선거에서 아깝게 낙선하면 비례대표후보로 당선케 함으로써 그 정당의 지역대표성을 보완케 하자는 제도이다.

두 사람의 낙선에 대해 다음의 토론방에서 현재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두 아름다운 바보들'의 실패한 도전에 대한 아쉬움과 격려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 일부에선 두 사람에게 명예국회의원증을 주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대구 경북과 광주 전남은 5공 이후 일당 독점 지역이다. 역대 총선에서 상대 당에서는 후보를 내지 못하는 지역도 허다하고, 후보를 낸 지역에서 득표율은 10%를 넘기가 힘들었다. 대통령 선거의 득표율도 거의 같은 모양이었다.

그런 지역에서 김부겸 후보는 40.4%, 이정현 후보는 39.7%를 각각 얻었으니 '이변'이라 해서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정현 후보는 17대 총선 때 같은 선거구에서 1%에도 못 미치는 득표를 했었다.

그러나 두 지역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한 것은 이전과 마찬가지였고, 오히려 이번 총선에서 두 지역의 일당독점은 더 강고해진 면도 있다. 새누리당의 아성인 부산 경남에서 민주통합당이 3석을 얻은 것이나, 대전 충남에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동수를 이룬 것과 대조되는 현상이다. 지역정치를 '망국적'이라고 하면서도 정치권이 무슨 일을 했는가? 오히려 그것을 교묘히 이용해 '말뚝'을 내세워도 당선되도록 해온 것이 그간의 정치행태가 아니었을까. 이번 총선의 결과로 나타난 빨간색과 노란색의 분포도가 말해주는 것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석패율 제도 도입이 무산된 과정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당시 한나라당이나 민주통합당은 도입할 것처럼 말하다가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 연대하는 과정에서 말을 바꾸어 석패율 제도를 버렸다.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진보세력들은 이 제도가 거대정당들에 유리한 제도라며 여야 정당이 낙선한 중진의원을 구제하는 방편으로 이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년 넘게 국회의원을 한 사람도 내지 못한 지역에 중진이 무슨 중진인가?

그러면서 지역의석과 비례의석을 같게 해 의석수를 600석으로 크게 늘려야 하는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제를 도입하자거나, 석폐율 제도가 오히려 지역구도만 고착화시킬 것이라는 억지논리를 펴기도 했다. 지역정치의 타파를 최대의 정치이념으로 삼았던 '노무현 정신'을 운운하면서도 그것의 작은 실천이라 할 수 있는 석패율제는 철저히 외면했던 것이다.

두 지역에 지역구를 둔 상대당 의원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하나도 없는 것보다 분명 나을 것이다. 하나뿐인 그 의원은 더욱 열심히 지역 일을 보살피게 될 것이고, 그 영향은 인근의 다른 선거구에도 미칠 것이다. 천년의 과거에 뿌리박은 지역정치의 문제는 그렇게 한 걸음씩 걸어가다 보면 해소될 성질의 것이지, 어느 날 하루아침에 극복될 문제가 아니다.

두 지역에서 주민투표를 통해서 한두 명의 의원이 선출되는 날 석패율 제도는 소임을 다 했다고 할 수 있겠다. 만에 하나 진보진영이 주장하는 부작용이 나온다면 그 전에라도 폐지하면 그만이다. 여야의 협상포기는 직무유기이고, 진보진영의 반대는 전형적인 반대를 위한 반대다.

다음의 토론방을 달구고 있는 '김부겸 후보 선거운동 관전기'를 쓴 필자는 이렇게 전하고 있다. 그는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는 아파트 벽에 대고 "내 말을 들어 달라. 대구도 여야 경쟁구도가 돼야 발전한다. 야당 한두 석이 있어야 정부 여당도 대구를 무서워한다"고 호소하더라는 거다. 그때 그의 상대후보는 "나는 박근혜 위원장의 경제교사다. 나를 찍어야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 수 있다"고 '박근혜'만을 팔더란다.

처음엔 아무도 김 후보의 말을 거들떠보지 않았으나 마지막 유세 날은 청중이 광장을 가득 메워 '이 곳이 대구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4년 후엔 그곳이 대구가 맞아야 하고, 광주가 맞아야 한다. 석패율 제도는 그것을 위한 최소한의 담보다. 석패율제를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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