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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민심과 19대 국회

2012-04-27기사 편집 2012-04-26 2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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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명균 서울지사 정치부장 woomk21@daejonilbo.com

이번 4월 총선에서 충청권 현장을 돌아보면서 느낀 것은 특정 정당에 대한 쏠림 현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일방적인 지지에 고개를 저었다. 과거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나 탄핵 열풍으로 인한 바람과는 전혀 대비됐다. 이런 분위기는 표심에 그대로 반영됐다. 대전·충남·북의 의석 수는 새누리 12석, 민주통합당 10석, 자유선진당 3석으로 나타났다. 지역에 뿌리를 둔 자유선진당이 몰락하고 교두보 확보에 급급했던 새누리당은 대약진의 결과를 낳았다. 민심은 집권 여당과 제1야당에 표를 몰아준 것이다. 가히 황금비율이라고 불릴 정도다.

이는 보수표 분산이 주요인으로 해석됐다. 선진당을 지지하는 보수층의 유권자들이 이탈해 새누리당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진당이 그동안 세종시 추진이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 등 주요 현안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비교섭단체로서의 한계를 드러낸 데 대한 전략적 선택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 기반의 소수 정당에 대한 의회 권력에서의 한정된 역할과 위상을 꿰뚫어 봤다는 의미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무게 중심을 둔 것은 의미심장하다. 충청권을 대표할 수 있는 중량급 인물들이 집권당과 대안 정당에 들어가 세를 도모하라는 표심의 작용이다. 충청권도 이제 뒷방에만 앉아 있지 말고 전면에 나서라는 함의가 읽힌다. 권력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묻어난다. 이는 세종시 원안 관철과 과학벨트 유치 등을 통해 확인된 자신감의 표현으로 여겨진다.

이번 표심은 또한 대선을 앞두고 나타난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충청권이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쥐었던 만큼 대선 후보를 낼 수 있는 정당에 비슷한 힘을 실어 줬다. 앞으로 대선 판을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세종시나 과학벨트 등 핵심 현안의 차질 없는 추진과 충청권에 공을 들이는 정당에게 손을 들어주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여느 대선과 다르게 이젠 명확한 인과에 따라 선택을 하겠다는 결기마저 느껴진다. 충청권도 이젠 권력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져 가는 것도 이런 반증이다.

정치판에 대한 민심은 여전히 사나웠다. 유권자들의 반응은 여야 공히 냉소적이었다. 중앙당 지도부들이 대거 내려와 집중 유세를 펼치는 경우 종종 열기가 감지되기는 했지만 별반 무관심에 가까웠다. 정치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골 깊게 패어 있다는 의미다. 투표율이 50% 정도에 불과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런 단초는 정치권이 제공했다는 데 별반 이의가 없다.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는 18대 국회가 하나의 본보기다. 이번 국회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예산안은 4년 내내 한나라당에 의해 단독 처리됐다. 여당의 강행 처리와 야당의 물리적 저지의 수순은 밥 먹듯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격한 몸싸움은 일상화됐고, 국회는 번번이 난장판으로 전락했다. 전기톱과 해머, 심지어 최루탄마저 등장해 막장 드라마의 전형을 보여 줬다.

18대 국회는 마지막까지 실망시키고 있다. 여야가 몸싸움 방지법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본회의를 열지 못했다. 이 바람에 59개 주요 민생법안 처리도 무산됐다. 민생이 또다시 정쟁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국민들이 식상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다음 달에 막을 올리는 19대 국회는 이런 구태를 청산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4년 내내 싸움질에 이골이 나고 신물이 났다. 당리당략에만 급급했지 민생은 뒷전이었던 게 한두 번이었던가. 민도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정치판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국회 무용론마저 제기됐으니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국회는 그래선 안 될 일이다. 지난 국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선진 국회로의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것이다. 민의를 제대로 읽고 담아내서 민생을 위해 일하라는 뜻이다. 싸움의 전당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한, 말 그대로 민의의 전당을 만들라는 얘기다. 19대 국회가 지난 국회를 교훈 삼아 발전과 진화된 모습으로 작동되기를 주문한다.

충청권 의원들에 대한 기대감 또한 크다. 이번 선거에서 25명의 지역구 의원 가운데 11명이 다선이나 중진의원 반열에 올랐다. 목하 다선 의원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여야를 넘어 6선 의원이 세 명이나 되고, 3선 고지에 오른 당선자도 전례 없이 많다. 지난 18대에 비하면 상당한 중량감이 느껴진다. 당장 당선자들이 19대 국회나 당 지도부 구성에서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충청권 의원들이 중앙에서의 역할론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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