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당선자 릴레이 인터뷰-⑨ 충남 홍성·예산 새누리 홍문표

새누리당 홍문표(64) 당선자는 자유선진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홍성·예산 선거구에서 50.8%의 득표율로 당선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홍 당선자는 선거운동 초기 여론조사에서 앞서가기는 했지만, 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의 선영이 있어 지역정당의 본거지로 인식돼 온 예산·홍성에서 차점자인 선진당 소속 후보를 약 20% P 차로 따돌리며 새누리당 간판으로 당선돼 눈길을 모았다. 홍 당선자는 이번 총선거를 포함해 현재까지 홍성·예산 선거구에서만 다섯 번 출마, 두 번 당선됐다. 홍 당선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이 한창이던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거에서 대전·충남에서 유일하게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돼 전국적인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홍 당선자는 25일 가진 대전일보와의 대담에서 다섯 번 도전에 많다고 할 수 없는 두 번의 승률을 기록, 징검다리 재선의원이 되기까지 겪었을 어려움과 고초에 대해 "그 걸 다 이루 말할 수는 없다"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여유가 생긴 것일까, 홍 당선자는 22년 전 첫 출마의 기억을 꺼냈다. 1988년 총선거에 처음 출마선언을 하기 전,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1급)이었던 홍 당선자는 당시 이재형 국회의장에게 출마 신고를 했었다.

당시 이 의장은 홍 당선자에게 "국회의원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광역시·도 시장·지사나 부시장·부지사(당시 광역단체장은 임명제였다) 정도는 역임한 뒤 출마해야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충고했다. 당시 홍 당선자는 충고를 뿌리치고 강행한 첫 출마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고 유진오 박사와의 인연으로 옛 신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홍 당선자는 자신의 짧지 않은 정치 이력에 대해 "질곡의 기간"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지난 선거운동 기간 스스로 밝혔듯 "정치 인생에서 얻은 맷집과 뚝심으로 버텨왔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쉼 없는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홍 당선자는 지난해 하반기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직을 내놓자마자 예산군과 홍성군의 노인정·마을회관 701군데와 미등록 사랑방 30여 군데를 세 번 이상 돌았다.

그는 당선증을 받고 보니 구두 두 켤레가 다 헤졌고 그 중 한 켤레는 굽과 밑창을 갈아야 할 정도였다면서 신고 있던 구두를 벗어 보여주기도 했다. 덕분에 어느 노인정·마을회관이든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 찾아갈 수 있는 정도가 됐고,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대화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했다고 했다.

홍 당선자는 앞으로 4년 동안 국가관을 바로세우고 농어촌이 잘사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국가관 정립에 대해 그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단언했다. 제주도 강정마을에 건설하는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부르는가 하면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을 북침이라고 하거나, 천안함 사건 및 연평도 포격사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사실과 다르게 말하는 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낀다고 했다. 홍 당선자는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농어촌이 잘살 수 있는 길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19대에도 상임위원회는 농림수산식품위원회를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제17대 국회의원 4년 동안에도 농림수산위원회에 속해 있었다는 홍 당선자는 "알다시피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국회의원들에게 인기가 없다. 의원들이 인기가 높은 다른 상임위로 몰리다 보니 정원을 다 채우는 경우도 드물다"면서 "그렇지만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고 농어촌을 잘살게 하겠다고 공약을 한 만큼 농수산위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17대 농수산위에서 일하는 동안 15개 법안을 만들었다. 이를 기억하고 있는 20개 농어민단체들이 지난 선거운동 기간에 지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홍 당선자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대책에 대해 "작년 말 여야정 합의체가 13개 피해보전대책을 내놓았지만 부족하다"고 강조한 뒤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38개 농·수·축산단체와 함께 대토론회를 열고 제안한 10가지 추가대책이 있다.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이 10가지 추가대책을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예산·홍성 지역공약으로 내건 것 가운데 △충남도청 등이 이전하는 내포신도시의 차질 없는 건설 △현재 아산 신창역까지 운행하는 수도권전철을 홍성역까지 연장 운행 △예산 예당저수지 수변개발은 반드시 임기내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22년 동안 홍성·예산 선거구 한 우물만 파면서 특유의 맷집과 뚝심으로 무장한 홍 당선자가 농어촌을 잘살게 만들기 위해 어떤 정치 행보를 보일지 주목할 일이다.

대담·정리=류용규 기자 realist@daejonilbo.com

■ 홍문표 당선자 주요공약은

▲ FTA 피해보전기금 3조원 조성

▲ 북한주민 식량난 해결 방안 모색

▲ 홍성 - 예산 통합 공동위원회 구성

새누리당 홍문표 당선자는 농어촌 정책 전문가 답게 4·11 총선 공약으로 한·미 FTA 등으로 피해를 입게 될 농어촌 발전을 위한 공약을 내걸었다.

홍 당선자는 한·미 FTA로 이익을 보게 되는 제조업 등의 업종이 피해를 보는 농어촌·농어민을 위해 이익금의 일부를 기금 형태로 지원하는 FTA 피해보전기금으로 약 3조 원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기금을 농어촌과 농어민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15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조성 규모는 기업에서 1조 5000억 원, 정부 1조 원, 농·수협 등의 금융기관이 5000억 원 내놓는 것으로 돼 있다.

홍 당선자는 또 극심한 식량난을 겪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한국농어촌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경지정리 △농업 기계화 △농·배수로 조성 등의 기술과 장비, 인력을 제공해 `물고기 기르는 법` 즉 자급자족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는 또 정부 주도의 홍성군-예산군 행정구역 통합 예고에 대해 통합이 필요하지만 성급하게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 전제한 뒤, 양 군의 공동위원회 구성이 바람직하며 이 같은 공동위 구성에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이 필요할 경우 나설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류용규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류용규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