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국장 khkdj@daejonilbo.com

지구의 날인 지난 22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자전거 행사가 열렸다. 인천 서구 아라빛섬 정서진 광장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 자전거 대축전`과 `투르드 코리아 2012`대회가 동시에 개최됐다. 대전에선 갑천 자전거길을 따라 자전거 대행진이 진행됐고 충남 공주시 공주보에선 금강 자전거길 개통행사가 열렸다. 전국 10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이날 이벤트는 MB정부의 핵심 대업인 4대강 사업의 성과를 알리기 위한 것이다.

레저활동을 위주로 하는 자전거동호인들은 대체로 4대강 자전거길을 환영한다. 금강만 해도 대청호변에서 서천까지 강변을 따라 자전거길이 잘 연결돼 있다. 금강의 지류인 갑천은 상류까지 자전거길을 연결해 `갑천누리길`이라는 이름을 달아놓았다. 주말이면 많은 자전거동호인들이 금강변과 갑천누리길을 누빈다.

정부는 때맞춰 4대강 자전거 국토종주인증제를 시행하고 글로벌 관광명소화 계획을 발표하는 등 녹색성장정책을 홍보하고 있다. 4대강 자전거길이 자전거 이용률을 높여 국민소통은 물론 온실가스 저감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낙동강 등지에 녹색자전거열차를 무료로 운행하면서 4대강 사업의 긍정적 효과를 살포했다.

MB정부가 당초 계획한 4대강 사업과 현재의 결과물을 나열하면 흥미롭다. 핵심 사업이었던 보는 누수 및 하상바닥보호공 유실, 세굴, 재퇴적, 수질문제 등 당초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수십조 원이 들어간 4대강 사업에서 건질 건 자전거길밖에 없게 됐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자전거길 건설이 곧 4대강 사업인 양 부수사업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4대강 자전거길은 자전거 교통수단분담률을 좌지우지하는 생활자전거이용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출퇴근, 쇼핑, 출장, 환승 등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다. 휴일 이외에는 이용하기 어렵고 숙련자가 아니라면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강변까지 이동해야 하는 전형적인 레저용이다. 온실가스 저감은 말짱 도루묵이다.

강변 자전거길은 번듯해졌지만 우리 주변 생활자전거 인프라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조성됐던 대전시 대덕대로 자전거전용도로는 일방적으로 철거됐고 도시철도 지하통로를 건설하느라 교차로 보도는 더욱 협소해져 자전거와 보행자 간 사고위험이 심각해졌다. 도심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거의 없고 그나마 도로 확장을 이유로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는 깎여나가는 실정이다. 자전거도로나 보도 위에 불법주정차를 하고 물건을 쌓아두어도 제대로 단속을 못하고 오히려 생업에 지장을 준다며 자전거도로를 없애라는 지청구에 지방정부가 굴복한다.

도시생활형 자전거 인프라는 열악하지만 대전시내를 관통하는 갑천 정비사업에는 돈을 물 쓰듯 한다. 일부 상류구간은 사람 왕래가 많지 않고 구태여 삽질을 하지 않아도 생태환경이 훌륭한데도 친수공간 공사를 벌여 지금은 예산을 재투자해야 할 만큼 재정비가 필요한 애물단지가 됐다.

자전거 교통수단분담률이 15%로 세계 3위인 일본은 생활자전거가 정착이 됐다. 이들이 타는 자전거는 비싸지 않은 평범한 생활자전거다. 우리는 생활자전거를 타다 방치해 흉물이 되지만 일본에는 중고자전거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지방정부가 하는 일은 자전거를 타는 이용자들이 불편하지 않게 불법주정차를 단속하고 길거리에 물건을 내놓는 걸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자전거이용자에게도 아무 곳에나 주차하지 못하도록 단속하는 동시에 자전거주차공간을 충분히 제공한다. 일본 남녀노소는 정장이나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게 일상화됐다.

4대강 사업을 포함한 강변 자전거길은 향후 유지관리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모두 국민세금이다. 정부와 지자체 간 관리비용을 놓고 갈등이 야기될 게 뻔하다. 무엇보다 4대강을 사후 관리하느라 우리 생활주변의 자전거 인프라 예산이 위축될까 걱정스럽다.

요즘 우리나라도 고유가와 경제난으로 인해 생활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일본처럼 시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에 걸리적거릴 정도다. 각 지자체마다 구호성 자전거타기 캠페인을 앞다퉈 벌이지만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배려는 볼 수 없어 안타깝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