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논술은 한 마디로 말하면 학문 간의 통섭능력이다. 통섭(通涉)은 사물에 널리 통하여 막힘이 없는 경지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앙대 논술의 궁극적인 평가목적은 '지적 잠재능력', '지적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식과 정보를 통합적으로 고찰하고, 주어진 문제 상황을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험생들이 제시된 자료들을 '어떻게 통합적으로 추론하여 얼마나 논리적으로 표현해 내는가'가 중요한 평가 항목이 된다. 통합논술 시험은 수험생들에게 종합적인 시각에서의 이해력과 논리적인 표현력을 요구하고 있다.

먼저 2011학년도의 논제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가) (나) (다) (라)의 논지 차이를 하나의 완성된 글로 작성하시오.

2. 제시문 (마)와 (바)의 논지에서 나타나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고, 제시문 (마)와 (바)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제시문 (가)의 논지를 비판하시오. -<인문계열1>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각 제시문의 차이점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제시문 자체가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중앙대 논제는 매우 포괄적인 문제를 다루다 보니 특별하게 지정된 모범답안이 없다. 따라서 매우 다양한 시각에서 차이점을 이끌어낼 수 있는데, 그 결과보다는 왜 그런 차이점을 분석해냈는지 과정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00자 내외의 글자 수 제한까지 받으며 출제자가 요구하는 답안을 쓰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정해진 글자 수 까지 고려하면서 각각의 차이점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각 제시문의 명확한 핵심이 제시되어야 한다.

사전에 독해능력과 문장능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수능 전후의 초조함까지 더하여, '중앙대 논술의 들러리'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학입시 논술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마지막 비상구처럼 생각하면서 매달리는 대학이 중앙대이다.

출제의도가 무엇인지 조차 모호한 대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범해보이는 것이 오히려 더욱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평상시에 언어영역 비문학 지문을 문제풀이의 수단으로 삼았다거나, 사회탐구 영역의 내용들을 단순암기하고, 영어제시문의 내용을 문법에만 맞춘 형식적인 독해를 한 학생들은 글자 수 맞추기에 급급하여 허둥대다가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의 원인을 알았다면 그 해결책은 간단하다. 평상시에 어떤 글이라도 꼼꼼하게 읽고 간단하게 핵심을 요약하며, 비판적인 관점에서 문제해결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좋은 방법이 언어영역 비문학 지문을 각 단락별로 핵심을 정리하고, 그 개별적인 단락의 전체를 통합하는 주제문을 작성해보는 것이다.

다음 문제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함께 보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다른 내용을 비판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제시문을 통해 '통합적인 분석능력'을 갖추고, 하나의 제시문을 '비판'하는 것은 결국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이 500자 내외의 짧은 답안에서 요구하는 것이, 단순한 문제점 지적인지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비판하시오'의 문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모호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비판은 말 그대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문제점을 지적해보라는 것이다. 그것을 뛰어넘는 진술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인문계열2> 의 논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1. 제시문 (가), (나), (다)에 나타난 집단의 특성을 비교하여 하나의 완성된 글로 작성하시오

2. 제시문 (다), (라), (마)의 논지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집단 의사결정 모형을 추론하고, 이 모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제시문 (바)의 논지에 근거하여 설명하시오. -<인문계열2>

공통적인 속성을 묻는 비교와, 차이점을 묻는 대조는 전혀 상반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비교하기 위해서는 어떤 영역에서는 동일한 조건이 갖춰질 때 가능하다. 예를 들어 남학생과 여학생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남학생(사람+, 학생+ 남자+, 여자-) 여학생 (사람+,학생+ 여자+, 남자-)라는 조건 속에서 사람과 학생이라는 공통점이 있을 때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내용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부분을 뛰어넘는 큰 주제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전혀 다를 내용으로 보이는 제시문도 전체를 묶어낼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개별적인 정보를 통해서 다른 내용을 '추론'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추론을 위해서는 주어진 정보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상황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추론은 막연한 짐작이 아니라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이끌어내는 합리적인 판단이 있어야 한다. 추론을 통해 문제점을 제시하는 것에서 이 논제는 마무리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아주 중요한 중앙대 논술의 특징이 제시되어 있다. 중앙대 논술은 단순한 답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과정을 매우 중시한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만을 묻는 것이 아니라,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이 있다.

여기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점은 무엇이냐?'를 묻는 경우가 많다. 문제점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찾아내도록 유도하여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상'들을 '인식'하고 있는가를 평가하고자 한다.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현상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인식하는 것은 대학에서 본격적인 학문을 연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에서 중앙대 논술 출제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통합논술의 평가 목표는 다음과 같다.

1. 개별적인 지식보다는 지식 간의 관련성을 추론해 내는 능력을 평가한다.

2. 지식 암기 능력보다는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한다.

3. 비판적 안목, 치밀한 분석력, 창의적 접근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4. 문제 해결 과정과 도출된 결과를 모두 평가한다.

통합적인 지식을 분석하는 능력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수험생들의 논리적 사고력과 추론 능력에 기초한 종합적 사고력, 창의력, 언어적 종합력을 평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통해 그 안에 포함된 다양한 시각들 사이의 차이점을 구별하는 능력과, 이들을 종합하여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필요한 통합적 사고 능력을 측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제시문의 논지와 문제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였는지를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평가한다.

많은 학생들이 중앙대논술을 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중앙대 논술은 평이해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 할 수 있다. 엄격하게 정해진 글자수에 수능 전후의 긴박하게 진행되는 시험이라서 사전 준비가 철저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중앙대 수시전형에서는 논술비중이 높다보니 수능 점수가 예상보다 저조한 학생들이 일단 도전해보는 경우가 많아서 매우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중앙대는 최대 논술80%, 학생부 20%전형이 있다. 이 전형에서는 수능최저등급을 요구하고 있지 않는다. 하지만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지 않는 전형은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높고, 학생부 등급도 최상위권이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논술 70% 학생부 20%전형이 있는데 이 전형에서는 수능최저등급을 요구하고 있다. 수능최저등급은 언수외 합산 5등급 정도로 도전해볼 만 하지만 논술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없다면 매우 신중해야 한다.

요즘 학생들은 보다 다양한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보다는, EBS 지문의 암기에 매달리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로 순수한 읽기 보다는 시험문제 풀이의 강박관념에 짓눌려 있다.

수능 출제에서 EBS지문과 문제의 연계성 강화는 수능의 가장 근간을 흔드는 독약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글을 읽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수능이 끝난 후에 어떻게 해서든 '이렇게 EBS 연계성을 높였다'라는 목적에만 매달리고 있는 현실이다.

단순하게 형식적인 논술문을 작성하는 것보다 제시문 자체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사족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중앙대 논술은 분명 도전해 볼만하다.

최근에 교육소외지역 학생들을 위해 논술특강(재능기부)을 나가면서,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않고 논술이 어렵다는 선입견으로 현재 상태에 머물러 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 상대적으로 논술교육에 소외되어 있는 지역의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

기회는 누군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둔산 일취월장 논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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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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