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새로운 시작

2023-04-05     윤진영 대전연극협회 회장
윤진영 대전연극협회 회장

지난해 11월 말, 한국에서 취업하겠다고 7년 4개월 동안의 외국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 아들이 약 4개월 만에 취업하게 됐다. 그간 두 곳에서 면접을 보았으나 한 곳은 기존에 있던 직원들에게 우선 선발권이 있다고 해서 떨어졌고, 또 한 곳은 모든 면에서 회사에 입사한다고 해도 금방 그만두고 나갈 것 같다는 편견으로 5명의 면접대상자 중 5등으로 떨어지고 나서 꽤나 낙담하고 있었다.

3번째 면접 결과 드디어 취업에 성공해 환하게 웃는 아들을 보며 부모로서도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사실 취업을 못한다고 크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속으로 '집에 식구가 한명 더 있다고 당장 뭐가 바뀌겠어?'라고 생각하며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기를 바랬다. 하지만 항상 새로운 일자리가 무엇 없나 찾아보는 것이 필자의 하루의 일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어지간히 신경에 쓰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번 면접에서 '요즘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일 안하고 집에서 노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이야기 했다고 하는 것을 보니 본인도 어지간히 초조했던 모양인데 이제는 그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해야 하는 업무가 기존에 하지 않던 새로운 업무분야이기에 또 다른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기존에는 어떠한 정책을 세우기 위한 근거들을 모아서 정리하고,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보조적인 업무를 주로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과정들을 통해 직접 정책도 수립하고, 집행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그런 일들을 해야 하니까 말이다. 즉, 그동안에는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자리였지만 이제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이기에 더욱 큰 책임감과 노력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외국에서의 직장생활과 한국에서의 작장생활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로 갈등이 생길 수 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인원이 많지 않은 조직이기에 서로가 함께 모여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서로 간에 부딪치는 경우도 생길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아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지금 들어간 회사에서 정년퇴직할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있는 동안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일하고 서로 협력해서 상호 협력할 수 있게 해라. 그리고 회사 근처로 이사가겠다고 다시 집을 떠났으니 그저 어디서나 건강하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