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인 5월에는 유난히 뜻 깊은 날이 많다. 한 나라의 기둥인 어린이들이 바르고 씩씩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어린이날을 비롯하여, 자기자신의 뿌리와 존재를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어버이날,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존경하며 추모하는 뜻을 가진 스승의 날이 있다.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지만, 그래도 꼭 집으라면 ‘어버이날’이 가장 아름다운 날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아름다운 날에 애달프도록 가슴깊이 와 닿는 것은 가이없는 사랑과 보살핌으로 우리를 길러준 ‘어머니’ 그 자체이다. 아무리 불러도 또 부르고 싶은 그런 ‘어머니’에 대해 소설가 이청준은 ‘눈길’과 ‘축제’라는 작품에서 애절한 ‘사모곡’의 모습을 자신에 빗대어 드러내주고 있다. 어머니는 자식이 대처에서 입신출세하기를 바라면서 새벽 ‘눈길’을 대처로 나가는 주차장까지 동행하게 된다. 아들을 떠나보내고 그 아들이 남긴 눈꽃 같은 발자국에 눈물 뿌리며 되돌아온 어머니는 동구 밖에 오래오래 서서 아들이 공부하러 간 서울쪽을 향하여 바라보고 계신다.

그러나 공부하러 대처로 나간 그 아들은 끝내 어머니의 운명을 지키지 못한 채 어머니의 부음 소식을 듣게 된다. 그 아들은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의 장례식을 ‘축제’라는 비유적 표현으로 대신하고 있다. 꽃가마 타고 시집 온 우리 어머니, 꽃상여 태워 멀리 북망산에 모셔 놓게 된다. 이 땅의 아들들은 모두 작가가 드러내주는 그런 심정이리라.

요즘 현대인들은 참으로 바쁘다고들 말한다. 부모님들은 자식의 그런 ‘바쁨’까지도 매우 너그럽게 이해하신다. 통신수단의 발달로 자주 전화통화를 나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직접 뵙는 일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우리는 곁에 계신 부모님의 가슴에 패랭이꽃 한 움큼을 꽂아 드리며 다음 노래 한 소절을 입안에서 웅얼거려 보자.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 하시네/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최예열<대전대 교육개발센터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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