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경영자의 책임은 기업 그 자체와 경영자의 공적 지위, 경영자의 성공과 사회적 위상을 위해서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현대 경제와 사회 제도의 미래 그 자체, 그리고 자율적 기관으로서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므로 경영자의 사회적 책임은 경영자의 모든 행동의 기초가 되어야만 한다. 기본적으로 경영자의 사회적 책임이란 경영자가 윤리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경영자는 공익에 부합하게 행동할 책임이 있으며, 경영자는 윤리적 행동기준에 적합하게 행동해야 하며, 그리고 경영자는 자신의 사익추구와 사적 권한 행사가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언제나 그것의 추구와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

경영자에게 중요한 것은 교육도 기능도 아닐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미래에는 한층 더 성실성이 그 중심이 될 것이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이자 경영학의 대가였던 피터 드러커가 그의 명저 ‘경영의 실제’에서 갈파한 말이다.

그러나, 기업인에 의한 부정 부패 등 비윤리적 범죄행위는 미국에서도 지능적으로 지속되어, 해외 부패방지법, 기업윤리 행동원칙, 부정청구법, 내부 비리 고발자 보호법 등이 제정되어야만 했고, 2001년에는 모든 상장기업에게 윤리 경영을 의무화하기에 이르렀었다.

더구나, 미국 10대 기업의 하나였으며,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이었던 엔론에서 2001년 회계부정사건이 탄로나고, 2002년에는 미국 내 시가 총액 1위로서 세계적 통신회사였던 월드컴에서마저 회계부정사건이 발생하여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적이 있었다.

이 사건들로 엔론과 월드컴은 파산되어 주인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관련 회계 법인이었던 세계 3대 회계법인 아더앤더슨은 공중해체 되어 버렸고, 관련 금융기관이었던 씨티그룹은 회계부정에 연루된 혐의로 수조원의 합의금을 지급해야 되었으며, 월드컴의 최고 경영진에겐 징역 25년이 선고되었고, 엔론의 책임자에겐 무려 160년의 징역이 구형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던 기업들의 불법과 비리에 놀란 미국인들은 미의회를 통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업 부패방지법을 2002년 제정 실시하게 되었으며, 기업 경영진이 기업회계 장부의 정확성을 보증케하고, 잘못이 있으면 CEO를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2004년에는 조직의 범죄에 대한 연방판결 가이드라인을 통해, 비윤리적 기업인에 대한 처벌 수위를 4배까지 가중처벌할 수 있게 하였다.

우리 나라의 경우, 윤리 경영 책임과 기업 회계장부의 성실성에 대한 인증 책임은 2001년 이후 대기업과 상장기업들 모두에서 채택 실시되어 왔다. 특히, 지난 90년대에 있었던 전직 대통령 관련 부정축재 환수과정과 IMF외환위기 수습과정에서 공적 자금 160조원을 투입하여 금융기관들을 구제하고, 대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워크아웃을 도울 때, 대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의 윤리경영과 회계장부의 성실 작성에 대한 서약을 받았었다. 더구나, 2002년 대선과정에서 차떼기 방식 등 불법 정치자금 제공 사건 등을 겪으며, 우리 기업과 우리 사회가 크게 변했을 것이라고, 이제는 정직해졌고 성실해졌으리라고, 우리 국민은 굳게 믿게 되었다. 또 만 1년 전에는 투명사회를 위한 협약식을 거국적으로 추진하여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대규모 기업 비리나 부정부패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고 믿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작금의 검찰 발표나, 희망포럼, 참여연대 등 반부패 시민사회단체들의 발표에 의하면, 일부 대기업 집단에서는 재산 빼돌리기, 각종 비리 행위가 여전히 자행되어 왔고, 이에 따른 회계장부의 조작 등도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는 지경으로까지 확대되어 온 것이 점차 확실해지고 있다.

참으로 허망스럽고 애석한 일이다. 공적자금 160조원을 투입하고, 전국민이 금모으기를 하며 사기를 돋워주고, 낙인 찍혀가면서까지 신용카드를 이용해 수요를 창출해주고, 매년 수조원 이상의 환평형기금 운영과 관련해 국가가 부담하면서까지 수출이 잘되도록 도와준 대기업들이 이토록 기대를 저버린 것에 국민들의 실망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다.

문득, 2001년 GE의 미국 본사를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GE가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이 되기까지에는, 잭 웰치 회장의 취임 초기 3년 동안 과감하게 추진하였던 윤리혁신운동의 성공과 그 이후 17년간 일관되게 추진하였던 식스시그마 운동과 변화가속화 운동의 성공이 큰 역할을 하였다고 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일방적 면죄부에 불과한 서약이나 협약을 남발하여 사태를 악화시켜온 관행과 문화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것 같다. 법의 권위를 살리고, 정직하고 성실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과 기업인들만을 지원하여 공정한 사회, 신뢰 사회, 기업인들이 진정 존경 받을 수 있는 사회를 우리도 하루 빨리 이루어야 한다.

문국현<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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