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학가는 중간고사를 무사히 치르고 한 학기의 중간지점을 돌아 후반부의 골인지점을 향하여 뛰어가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니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대학에서 신입생을 상대로 가르치는 강좌가 많은 필자는 이맘때쯤이면 학생들에게 자신의 중간점검을 꼭 하도록 한다. 물론 학기 초에는 강의계획표도 안내하고, 또한 학생들에게도 자신의 대학생활 계획표에 대한 과제물을 부과하기도 한다.

누구나 다 그렇듯이 해가 바뀌면 마음이 설레게 되고, 그에 따라 새해 할 일도 그만큼 늘어나는 게 사실이다. 대학에 막 입학한 신입생들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억눌렸던 생활에 대한 보상을 되찾기라도 하듯 그들의 계획은 그야말로 핑크빛 계획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런데, 중간고사라는 중간점검을 해보면 많은 선생님들이 허탈해 한다. 요즘 신세대 학생들의 주된 관심이 무엇에 있는가가 궁금해진다. 이들도 대학입학원서를 작성할 때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취업이 잘되는 학과를 선호하고 찾았던 것이 아니었던가? 학교에서도 이러한 학생들의 뜻과 구미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에 그야말로 밤잠을 설치고 있으며, 또한 학생들에게 현실의 변화에 발맞추어 ‘취업’관련 학사업무가 여타의 어느 업무보다 앞지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의 선생들은 학습자 중심의 교육에 정성과 열을 올리고, 게으름 없는 연구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은 이러한 뜻에 따라주지 않는 듯하여 마음이 씁쓸하다. 그들의 계획표에 의하면 지금쯤은 얼마만큼의 자기 진전이 드러나 있어야 했다.

옛 성현의 말씀처럼 ‘一日三省’의 자세로 자기점검과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했으면 한다. 우리 모두는 막연하고 애매한 구호성 계획에 안주하지 말고, 철저한 자기분석에 따른 실천이 뒤따를 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최예열<대전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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