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초에는 1년 동안 학교 생활을 같이할 담임 선생님 배정을 한다.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의 이름이 발표될 때마다 ‘와’라는 환호성을 질러댄다. 드디어 내 이름도 발표되었다. 담임 발표를 듣는 아이들보다 내가 더 설레고 떨렸다. 담임 소개 시간이 끝나자 아이들은 각자의 교실로 향했다. 다양한 표정으로 재잘재잘대는 아이들의 모습이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우리 반 아이들의 명단을 들고 담임을 맡게 된 2학년 13반 교실로 향했다. 교실로 가는 복도가 왜 이리 길게 느껴지는지, 또 가슴은 왜 이리 콩닥콩닥 뛰는지, 이런 나의 모습에 또 한 번 미소를 지었다.

교실 문을 여는 순간 23명의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좀 전에 느꼈던 떨림은 어느새 사라졌다.

“여러분, 올 한 해 우리 2학년 13반 아이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즐겁고 알차게 보내고 싶은 조은영이라고 해요, 담당 과목은 국어예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한 아이가 “국어 선생님이세요?”하고 대뜸 묻는다.

“그래, 올 한 해 우리 특히 책 많이 읽고, 글도 열심히 쓰고, 토론도 많이 해 보자.”

국어 교사 특유의 말이 이어지자 아이들은 한결 같이 “어우, 선생님” 한다. 글 쓰는 것, 토론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이다. 자기들의 ‘어우’ 소리에 스스로 계면쩍었는지 까르르 웃음을 쏟아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우리들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작년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 모습이 떠올랐다. 그 아이들과 한 해 동안 생활하며 만들어 간 예쁜 추억거리가 한 편의 영화처럼 나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지금은 다들 고등학교에 가서 열심히 생활하고, 중학교 시절이 재미있었다며, 시간 내서 한 번 찾아뵙겠다며 연락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과의 만남도 이러했다.

먼 후일 지금 2학년 13반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떠올리면서 ‘피식’ 웃을 수 있는 예쁜 추억거리를 차곡차곡 만들어 가고 싶다. 1년이라는 시간은 짧은 듯하지만 예쁜 추억을 만드는 데는 긴 시간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우리 2학년 13반 23명의 천사들과 함께 알차고 보람되게 보내고 싶다. 조은영<대전 남선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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