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흔한 증상 기억장애…언어장애 및 성격·감정에도 변화
신경학적검사와 신경심리검사, 뇌 영상검사 등으로 치매 판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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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보라 건양대병원 신경과 교수

치매란 정상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뇌의 각종 질환으로 인해 지적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치매는 다른 병들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치매 증상은 일반적으로 환자나 보호자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다. 따라서 치매 환자들이 가지는 초기증상들을 숙지했다가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가장 흔한 증상은 기억장애다. 전화번호나 사람 이름을 잃어버리고 약속을 깜빡하거나 약을 먹는 시간을 놓칠 수도 있다.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같은 질문이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찾을 때가 빈번해지고, 최근 기억에 비해 아주 젊었을 때나 오래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따라서 옛날 일을 잘 기억하기 때문에 기억력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다른 증상으로는 언어장애가 올 수 있다. 사물의 이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거나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와 병행해서 읽기, 쓰기의 장애도 나타난다. 공간지각능력이 떨어져 방향감각이 떨어지거나 심해지면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다. 또한 물건을 살 때 돈 계산이 틀리거나 돈 관리하는데 실수가 잦아진다.

성격과 감정에도 변화가 생긴다. 꼼꼼하고 예민하던 사람이 느긋해진다거나 말이 많고 사교적이던 사람이 말수가 적어지거나 얼굴표정이 없어지고 집안에만 있기를 좋아한다던가 매사에 의욕적이던 사람이 흥미를 잃기도 한다. 생각이 단순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고 남을 의심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전에는 매우 깔끔하던 사람이 세수나 목욕을 게을리 하는 등 개인위생이 떨어질 수 있다.

◇건망증과 기억장애와 치매와의 관계=건망증이란 어떤 사실을 잊었더라고 누가 귀띔을 해주면 금방 기억해 내는 현상으로 흔히 정상인에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억장애는 귀띔을 해주어도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건망증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기억장애 외에도 방향감각 저하, 판단력저하 등 다른 사고력에도 장애를 보일 때가 있을 때 비로소 치매라고 한다. 단순 기억장애에서 치매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기억장애가 있을 때 반드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기억장애가 수개월을 두고 갈수록 심해지거나 다른 판단력이나 사고력의 저하가 동반되었을 때 특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치매가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아는가=치매를 좀 더 자세히 정의하자면 환자가 기억장애, 언어장애, 시·공간능력의 저하, 성격 및 감정의 변화, 그밖에 추상적 사고 장애, 계산력 저하 등 뇌의 여러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져야만 치매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뇌의 인지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검사자와 환자가 마주 앉아서 대화도 해보고 환자분으로 하여금 글씨를 쓰고 그림도 그리게 해 보아야 한다. 여러 자극을 제시하고 이런 것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 지도 보아야 한다. 이런 검사들을 신경심리검사라고 한다. 예를 들어 다른 기능은 다 좋으나 기억력만 떨어져 있는 경우는 치매가 아닐 가능성이 많다. 또 다른 기능은 다 좋은데 언어기능만 소실되면 치매라기 보다는 실어증이라고 해야 옳다. 따라서 신경학적검사와 신경심리검사, 언어검사, 뇌 영상검사(CT, MRI, PET), 혈액검사 등으로 치매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병은 무엇인가=많은 사람들이 치매를 한 가지 병으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치매는 진단명이 아니라 두통처럼 일종의 증상이고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 증상이 수없이 많은 것처럼 치매의 원인은 실로 다양하다. 즉, 퇴행성질환(알쯔하이머병), 뇌혈관 질환 (혈관성치매), 대사성질환, 내분비 질환, 감염성 질환, 중독성 질환, 경련성 질환, 뇌수두증, 뇌종양등 무수히 많다. 이 중에서 제일 많은 원인은 알쯔하이머병과 혈관성치매다. 이들이 전체 치매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0-90%이다.

위에 열거한 여러 가지 질환 중 퇴행성 질환을 제외하고는 치료가 가능하거나 조기에 발견하면 더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치매가 많다. 수두증(뇌에 물이 차는 병), 뇌 양성종양, 갑상선질환, 신경계 감염, 비타민 부족증에 의한 치매는 전체 치매의 10-15%를 차지하며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에 많은 혈관성치매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고 예방이 가능하다.

◇알쯔하이머=알쯔하이머 병이란 뇌세포들이 하나, 둘씩 원인 모르게 죽어가면서 위에 언급한 치매 증상들이 발생하는 병을 말한다. 아직까지도 왜 뇌세포가 죽어 가는지를 완벽하게 밝히지는 못하였지만 유전자의 이상 때문에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유전자의 이상 때문에 잘못된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이 잘못된 단백질이 사고력을 담당하는 뇌세포를 손상시킴으로써 치매가 발생한다. 과거에는 치료제가 전혀 없었는데 최근에는 여러 약제들이 개발되어 있다. 이들은 일시적이나마 증상을 호전시키거나 증상의 진행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관성 치매=혈관성치매란 뇌혈관 질환이 누적돼 나타나는 치매를 말한다. 혈관성치매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질혈증, 심장병, 흡연, 비만을 가진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고혈압이 가장 무서운 위험요소이다. 정상적으로 혈관 벽은 매우 말랑말랑하고 또한 투명하여 안에 돌아다니는 피가 다 보인다. 고혈압이 오래 지속되면 혈관 벽이, 풍선이 늘어나는 것처럼 부풀게 된다. 우리 몸에서는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한 보상작용이 나타난다. 즉, 혈관 벽의 근육층이 두꺼워지는 것이다. 이런근육층이 혈관 안쪽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결국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된다. 큰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반신불수, 언어장애 등 금새 눈에 보이는 장애가 나타나지만 매우 작은 혈관이 막히면 손상되는 뇌세포의 양이 소량이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누적되면 결국 치매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혈관성치매의 증상은 알쯔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치매의 증상과 일반인이 보기에는 너무나 흡사하다. 따라서 치매 증상을 보일 때 고칠 수 없는 퇴행성 치매로 단정 짓는 것은 금물이다. 관성치매는 기억장애가 처음으로 나타나는 시기에 조기에 진단하여 치료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고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끝으로 치매를 완치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증상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고 기억력이나 인지기능의 장애를 완화시킬 수 있는 약을 사용해 치매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치매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젊은 시절부터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유지하고, 치매의 위험인자에 노출되지 않도록 평소에 관리를 잘해야 한다. 치매는 본인 스스로는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관심 어린 눈길도 꼭 필요하다. 도움말=윤보라 건양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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