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한 돈에 35만 대…역대 최고가
있는 금, 없는 금 다 모아…"이자에 보태려"

30일 대전 서구 용문동의 한 귀금속 매장을 찾은 커플이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김지선 기자

투자 불안에 따라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금은방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금값이 역대 최고가를 찍자 금을 구매하는 대신 판매하려는 '역(逆) 골드러쉬'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30일 대전 서구 용문동에 자리잡은 귀금속 매장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임에도 북새통을 이뤘다. 금값이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 금을 처분하러 온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이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8만 1960원이다. 전년(7만 4920원) 대비 10% 가까이 상승한 금액으로 역대 최고가 수준이다. KRX 금시장이 거래를 시작한 지난 2014년 3월 24일(4만 6940원)과 비교하면 현재 금 현물 1g당 가격은 74%가량 치솟은 금액이다.

금값이 끝도 없이 껑충 뛰자 이익을 보고 처분하려는 소위 '익절'도 덩달아 늘고 있다. 금은방이 예상 밖의 인파를 마주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시민 강현석 씨는 "금값이 크게 올라 이를 현금화하기 위해 금은방을 찾았다"며 "안전자산인 금을 계속 보유하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지만 금리가 너무 올라 급전이 필요해 금을 처분하려 한다"고 말했다.

끊어진 목걸이와 사용감이 잔뜩 묻은 반지, 용도를 알 수 없는 자잘한 금덩어리를 바리바리 챙겨온 시민도 있었다.

시민 황모 씨는 "30년 전 결혼 당시에 산 예물을 챙겨왔다"며 "금값이 많이 올랐다길래 더 늦기 전에 팔려고 나왔다"고 웃어 보였다.

금값 상승의 배경엔 글로벌 금융시장에 내포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경제 상황의 침체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금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 나가게 된 거다.

매장 매니저 송민서 씨는 "이전엔 금을 가져와 새 제품으로 교환해가는 손님들이 많았으나 요즘엔 금을 처분하려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이 불안정해지자 금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고 최근 들어선 절정에 이르자 판매하려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등한 금값이 소매업자에겐 호재일 것 같지만 상인들은 울상이다. 금값 상승이 매매수요를 잔뜩 위축시킨 탓이다.

귀금속 매장 업주 김모 씨는 "매수나 매도 문의는 잔뜩 오지만 실제 방문객은 거의 없다"며 "금이 최고가를 찍자 처분하려는 사람들은 많은데 정작 금이나 예물을 구매하는 손님들이 없다. 일부 손님들은 금값을 확인하지 않고 가게를 방문했다가 가격을 듣고 놀라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도 적잖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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