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신 중구청장
중구, 시청사 등 주요 기관 시설 빠져 나가 공동화 심화
구민들, 중구 새로 디자인으로 중구 살리라는 미션 부여
지역발전 발판, 100년 미래를 내다보는 도시개발 할 것

김광신 중구청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분 좋은 변화를 선도하는 새로운 도시 중구를 만들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중구청 제공

만시지탄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든 옛 영광을 재연할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 흔한 말로 '위기는 곧 기회'라지만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밑그림을 다시 그리고, 거기에 맞는 색을 꼼꼼히 입히다 보면 더 근사한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작품 속에 절박함이 곳곳에 묻어나야 비로소 위기는 기회가 된다.

김광신 중구청장.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구민들이 자신을 택해준 이유를 잘 알고 있다. 현재 중구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한때 대전시의 중심이었던 중구가 시간이 흐르면서 도심 팽창에 따른 구조가 재편, 사람처럼 나이 많이 먹은 노쇠한 도시로 변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21.3%, 19-39세 청년인구 24.6%, 개발제한구역 44%, 공원녹지지역 22% 등 한마디로 활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구민들이 구원투수로 자신을 택한 건 개발 갈증 해소다. 김 구청장은 '기분 좋은 변화를 선도하는 새로운 도시'란 비전으로 구민들에게 화답하려고 한다.

김 구청장은 "중구는 재개발 재건축 지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저는 오랜 행정 경험이 있고, 특기가 개발쪽이다. 저의 이런 이력을 보고 구민들은 이 사람이 하면 개발 좀 되겠다는 가능성에 뽑아준 것 같다"며 "구민들은 기술고시 출신으로 건축직인 제게 중구를 새로 디자인, '중구를 다시 살리라'는 미션을 줬다. 그 만큼 임무가 막중하다"고 했다.

구청장이 되고 나서 살펴본 예산과 펼쳐본 중구 지도. 재정 자립도는 바듯 10%를 넘고, 쓸만한 땅은 없었다. 옛 영광의 산물인 대전시립 관련 건물은 좀 눈에 띄지만 구립 관련 시설은 말하기도 부끄럽다. 구민회관이나 도서관 하나 없고, 필수 시설인 소방서도 없다. 중구청사는 환갑을 넘겼고, 30년을 넘긴 동행정복지센터도 17곳 중 10곳에 가깝다. 차량 대비 주차장 확보율은 80%밖에 안 된다. 5개 구청 중 100%가 안 되는 곳은 중구밖에 없다. 손볼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렇다고 비빌 언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손에 쥔 돈이라도 많으면 주특기를 살려보겠는데 워낙 없는 살림이라 손을 쓰는 것도 한계다. 열악한 환경에 애꿎은 공무원들만 나무랄 뿐이다.

그는 "과거에는 중구가 좋은 환경이었는데 시청을 비롯, 주요 기관이나 시설 등이 하나둘 빠져나가 공동화가 심해지면서 다른 구에 비해 많이 밀린다는 것을 느낀다"며 "그렇다면 뭔가 대책을 강구했어야 하는데 공무원들이 현실에 안주하고, 너무 소극적인 행정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것도 안 된다. 뭐라도 해야지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중구 특성상 당장 널찍한 땅을 확보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은 그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있는 여건을 최대한 활용, 시너지 효과를 노리기로 했다. 중구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눈여겨본 곳 중 하나가 중촌근린공원이다. 공원만 놓고 보면 뭐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겠지만 주변과 접목하면 그림은 달라진다. 그의 눈이 번뜩였다. 중촌근린공원과 충청권광역철도 중촌역 신설 부지에 대한 공간 재배치를 통해 공영주차장, 공공 임대형 지식산업센터, 도서관, 영유아 돌봄케어센터, 행복주택 등을 넣어 일자리 창출과 청년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김 구청장의 구상이다. 중구는 지난해 10월 KT와 디지털 전환 등 차별화된 중촌 벤처밸리 조성을 위해 공동 연구 협약을 했다. 20층 규모의 지식산업센터 3개 동에 400개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 1만 개 이상 창출이 목표다.

그는 "구청차원에서 벤처타운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아시다시피 중구에는 땅이 없다. 중구 지도를 한참 보고 있자니 중촌근린공원이 쓸 만해 보였다. 한 7-8만 평 된다"며 "옛날엔 쓰레기 적치장으로 쓴 곳인데, 이제는 공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배치를 좀 달리해서 땅을 만들고, 도서관 등도 짓는 도시계획을 했다. 또, 중촌역이 생기면 공영주차장이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땅에다 지식산업센터를 넣으면 청년일자리 창출 등 인구 유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김 구청장의 눈에 들어온 양지공원도 마찬가지다. 공원의 기능도 살리면서 추가로 구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계획, 그렇게 만들어진 게 청소년종합복지센터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국비 공모사업을 통해 35억 원을 확보했다. 청소년종합복지센터에는 청소년 공간과 함께 영유아를 위한 키즈카페도 넣었다.

그는 "직원들을 불러모아 놓고 공모사업에 필요한 땅이 있느냐고 물었으나 동행정복지센터 정도를 지을 땅밖에 없었다. 그런데 양지공원이 보였다. 주변 환경도 좋고 청소년종합복지센터를 하기 딱이었다"며 "어차피 청소년종합복지센터를 만들면 주차장이 필요한데, 양지공원의 구조를 잘 활용하면 별도의 땅값 필요없이 주차장도 확보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무리하게 토지를 구입하지 않을 것이다. 플랜2, 아니면 플랜3로 예산을 아끼면서 최대의 효과를 얻는 행정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사동 화교학교를 활용한 도시형 스마트팜 조성, 세이백화점이 빠진 문화동과 오류동의 상권살리기, 중구 신청사 건립, 대전효문화뿌리축제 활성화 등 김 구청장의 발품이 필요한 사업이다. 여기에 스포츠콤플렉스 형태의 베이스볼드림파크 착공, 보문산 일원 자연휴양림조성, 대전 제2수목원 조성 등 상대적으로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굵직굵직한 사업은 대전시와 협력, 중구의 생활지도를 바꿀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대전도시철도 개통을 자신의 손으로 했다. 다소 먼 얘기일 수 있지만 중구를 관통하는 도시철도 3호선에 그 만큼 애착이 많다. 중구의 접근성 확보로 사람이 드나드는 활력을 찾겠다는 것. 중구의 옛 영광 재연을 위한 김 구청장의 도시 디자인이 시작됐다.

김 구청장은 "조직 개편을 통해 공동주택과, 빅데이터팀, 인구청년팀, 벤처밸리팀, 평생교육팀 등을 신설해 구민들과 약속한 사업을 내실 있게 추진 할 것"이라며 "당장 가시적은 성과를 낼 수 있기는 어렵겠지만 구민들이 4년 후 뒤를 돌아봤을 때 '김 구청장은 무엇을 했지'라고 하면 적어도 지역 발전의 발판 정도는 놨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 그게 제가 추구하는 100년 미래를 내다보는 도시개발"이라고 말했다. 대담=디지털뉴스2팀장 박계교·정리=이다온 기자


 

김광신 중구청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분 좋은 변화를 선도하는 새로운 도시 중구를 만들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중구청 제공

김광신 구청장은

서울중동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고, KDI 국제정책 대학원 경제정책 석사다. 1984년 총무처 기술고등고시 제20회 합격 후 공직에 입문, 대전시 건축과장과 도시환경개선사업단장, 중구 부구청장, 자치행정국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2015년 명예퇴임 후 한국지방재정공제회 공제사업본부장을 지냈다. 윤석열 대통령후보 대전중구 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중구청장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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