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외식업종 장년 알바 채용공고 전년比 94% 상승

사진=대전일보DB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장모(45)씨는 최근 고용한 60대 아르바이트(알바) 직원을 교육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포스결제기 사용법과 물건 진열법 등 쉽지 않은 일투성이임에도 성실하게 임하는 형님(?) 알바생의 자세에 장씨는 이전의 20대 알바생 채용 때보다 만족하고 있다. 장씨는 "요즘 20·30대는 편의점 알바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채용을 해도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곤란할 때가 많았다"며 "이번에 뽑은 알바생은 처음엔 저보다 나이가 많아 부담스러웠지만 꾸준히 배우려는 모습을 보면서 훨씬 더 큰 믿음을 갖게 됐다.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울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근 호프집, 편의점, 카페 등 매장에 중·장년 알바생이 늘고 있다. 서빙 등 서비스직종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이 줄어든 가운데 그 자리를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가 채우고 있는 것이다.

16일 아르바이트 중개 플랫폼 알바몬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홈페이지 내 '장년(50대 이상) 알바 채용관'에 등록된 공고건수는 339만4648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205만8700건)보다 64.8%, 2년 전 같은 기간(119만2458건)보다는 184.6%나 늘었다. 특히 지난해 외식·음료 업종 공고는 전년 대비 94.3% 증가했다. 대전지역도 레스토랑 홀서빙, 커피숍 오전파트 담당 등 장년층 알바생을 찾는 공고 건수가 일평균 20건씩 올라오고 있다.

중·장년들의 알바 구직도 급증했다. 알바천국 사이트의 지난해 연령대별 알바 지원건수를 보면 50대는 1년 전보다 62.5%, 60대는 82.7% 각각 증가했다.

반면 전체 연령대 알바 지원 건수는 같은 기간 26.6% 증가에 그쳤다. 이는 10-30대 젊은층이 매장 알바 대신 음식 배달 라이더나 앱랜서(앱+프리랜서)처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하는 직종을 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학생 박모(21·대전 유성구)씨는 "요즘 편의점이나 호프집은 (알바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다. 몸이 힘든 만큼 수익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반면 배달알바나 자기 전공·재능을 살린 '긱(gig)' 플랫폼을 활용한 알바는 많이 한다. 시간 선택이 자유롭고, 수익이 쏠쏠할 뿐 아니라 자기 재능까지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 은퇴를 시작한 것도 중·장년 알바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이 은퇴 후 아르바이트를 거친 뒤 완전한 은퇴로 가는 것이 일종의 정형화된 고용 패턴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달부터 고깃집 서빙 알바를 시작한 배모(62)씨는 "퇴직은 했는데 마땅히 할 일은 없고, 남은 체력으로 이왕이면 돈을 버는 게 낫겠다 싶어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시작했다"며 "평생 서빙이란 걸 해본 적 없어 고되고 힘들지만 쏠쏠한 재미가 있다. 하는 데까지 해보다 힘에 부친다면 그때 진짜 은퇴를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지역의 경영컨설팅업계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노동시장에 쏟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직장 은퇴 후 알바를 거쳐 완전한 은퇴를 맞는 것이 패턴화되고 있다"며 "중·장년 직원들에 대한 이미지 변화도 한몫 했을 것이다. 채용해보니 연륜, 주인의식, 성실성 등 장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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