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범 건양대병원 홍보실장
정인범 건양대병원 홍보실장

매일 술을 마시던 친구는 알코올성 간염 진단을 받고 실의에 빠졌던 적이 있다. 이 친구는 하루 두 갑씩 담배를 피워왔는데 몇 년 전부터 숨이 차서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껴오던 친구였다. 운동 부족과 과식이 일상이던 또 다른 친구는 당뇨 잘 보는 병원이 어디냐고 물어왔다. 고혈압약을 먹기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먹어야 할 약이 늘었다고 푸념이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등 의사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수많은 질환의 이름을 알 정도로 우리의 삶에는 많은 질환이 함께 한다. 도대체 이 많은 질병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질병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을 말하기는 어려운 질문이지만, 그렇다고 대답이 망설여질 만한 것도 아니다. 백인 백색의 답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답 들은 원인을 나누는 범주에 따라 선택하는 단어가 다를 수 있겠지만, 아마도 유전, 환경, 습관을 포함할 확률이 높다. 유전과 환경과 습관을 건강을 위해 통제 할 수 있다면 인류가 앓고 있는 질환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다. 세 가지 모두 제어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아예 극복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인간의 유전자가 밝혀진 이래, 생명과학은 눈부신 성과들을 거뒀다. 현재의 생명과학 발전 속도는 과거의 어느 때보다 빠르며 여러 분야의 과학과 융합해 비약하고 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유전은 타고나는 것이니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은 어쩔 수 없다고 여겼었다.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암이나 희귀 난치성 질환, 선천성 질환들이 그 예다. 하지만 첨단의학은 유전자 이상을 분자 수준에서 그 특성을 규명해 내고, 그것을 보상하는 수많은 치료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수십 일이 걸리던 유전자 분석도 이제는 불과 몇 시간 만에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우리 다음 세대는 유전성 질환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치료와 빠른 진단기술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처럼 과학 기술의 발전이 지속한다면 머지않아 유전성 질환의 정복이 가능할 것이다.

환경에 의한 질환 또한 점차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 극복될 가능성이 보인다. 산업 보건의 발달로 인해 해로운 근로 환경(위험 물질, 유해 물질 등)이 개선되고 관리되고 있다. 보건환경 분야의 국제협력이 이뤄지며 전 세계적으로 환경적 위험요인들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수많은 유해 물질들에 존재하고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유해 가스 등 이미 알려진 유해 물질들에 대한 통제가 아직 완벽히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 역시 우리 다음 세대에서는 더 많은 것이 밝혀지고 더 많은 것들을 제어하면서 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난치질환이 훨씬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유전과 환경에 의한 질환의 완전정복은 미래를 기약해야 한다. 첨단의학은 몇 단계 더 올라서야 하고 국제사회의 인식개선과 산업사회 전반의 탈바꿈이 필요하기에 지금 당장 개인이 이것을 극복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습관에 의한 질병은 그러하지 않다. 좋지 못한 습관과 그것이 초래하는 질환에 관한 연구가 누적되면서 건강한 생활 습관과 생활 습관 관련 질환의 실체가 선명하게 제시되기 때문이다.

생활 습관이 질병을 초래한다는 것은 이미 수십 년 전에 밝혀졌다. 그런데도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그만큼 습관은 무섭다는 것을 말해준다. 대표적인 생활습관병들에는 협심증, 심근경색, 고혈압, 당뇨병과 각종 암 등이 있다. 이러한 질환들은 만성질환이라 부르기도 하고, 생활습관관련병 또는 생활습관병이라 불리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현대사회에서 발생한 질환이란 뜻으로 '문명병', 스웨덴에서는 생활이 넉넉한 사람이 잘 걸린다는 의미로 '유복병'이라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한때 '성인병'이라는 용어로 불리었다.

여러 가지 생활 습관이 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신경 써야 하는 습관들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흡연, 음주, 식생활, 운동이다.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과연 흡연하지 않고 적절한 식사와 음주를 유지하며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이 우리나라 국민 중 과연 몇 %나 있을까? 우리나라 국민의 삼 분의 일은 흡연자다. 술 마시는 음주자는 국민의 절반이고 절반 가까이가 고위험 음주자다. 건강한 식생활을 실천하는 사람은 45% 정도로 국민의 반 이상이 건강한 식생활 실천을 하지 않고 있다. 성인의 삼 분의 일 이상이 운동 부족이다. 우리나라 국민 중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꼴로 매우 낮다.

건강한 생활 습관이 건강에 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기란 그만큼 힘든 것이다. '행동으로 옮긴 지식만이 몸에 남는다'는 말이 있다. 실천하지 않는 건강 상식은 머릿속에만 있을 뿐 몸을 건강하게 하지는 않는다. 습관과 관련된 명언을 하나 더 소개한다. "어떤 행동이든 자주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습관이 되면 힘을 얻는다. 습관은 처음에는 약한 거미줄 같지만 그대로 두면 사람을 꼼짝 못 하게 묶는 쇠사슬이 된다." 나쁜 습관은 그대로 두면 안 된다. 그리고 건강한 생활 습관이 전신 갑주가 되어 우리 건강을 보호하도록 매일매일 좋은 습관을 강화해야 한다. 모든 독자가 2023년 새해부터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시길 기원한다.

정인범 건양대병원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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