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거부 장기화에 경제적 손실만 커져
노정 강대강 대치속 풀리지 않는 실타래
피해는 국민 몫…시급히 타협점 찾아야

맹태훈 세종취재본부장
맹태훈 세종취재본부장

경제의 대동맥이라 할 수 있는 물류가 멈춰 섰다. 국가 산업뿐 아니라 민생경제까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운송거부)이 보름을 넘어선 데 따른 것이다. 이 기간 정부와 화물연대 양측은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강대강 대치를 고집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경제적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화물연대뿐 아니라 파업에 동조하지 않은 동료 기사들도 이런저런 피해를 입고 있다. 나아가 전국 곳곳의 산업 현장과 민생으로 불티가 향하고 있다. 때문에 파업에 따른 파장이 더 확산하기 전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따라 산업계 전반 걸쳐 비상이 걸렸다. 벌써부터 철강과 석유화학 업종에서 2조 6000억 원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고, 일부 기업은 생산라인 가동 중단 또는 감산에 돌입하는 등 사태가 지속될 경우 자동차와 조선 등의 산업으로 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전국 139개 건설사의 1626개 현장 가운데 절반이 넘는 902개(57%)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철도와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도 주요 공정이 중단됐거나 곧 중단될 위기에 내몰렸다. 더욱 우려되는 지점은 경기 침체가 짙어지는 상황에서 파업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는 데 있다. 우선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휘청거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603억 3000만 달러)에 견줘 14.0% 감소했다. 반면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2.7% 늘어난 589억 3000만 달러를 기록해 무역수지가 70억 1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8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다. 내수시장도 지속적인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등의 영향으로 기업의 투자가 크게 위축됐고, 고물가에 직격탄을 맞은 가계 살림은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그야말로 '설상가상'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지고 내수시장도 악화일로이지만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 양보와 타협은 찾아볼 수 없다. 두 차례의 노정 대화에서 별다른 소득 없이 입장차만을 확인한 게 전부다. 화물연대는 현재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제 전차종·전품목 확대, 노동기본권 확대·화물노동자 권리보장 등을 요구하며 총 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해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것으로, 유효 기간이 오는 연말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반면 정부는 이들의 업무 복귀를 압박하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화물연대는 국가 경제를 볼모로 하는 정당성 없는 집단 운송 거부를 지금이라도 철회하고, 조속히 각자의 위치로 복귀해주기 바란다"면서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정부는 불법에 타협하지 않고, 그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운송거부 중인 화물연대 조합원들에게 "화물차주들이 화물연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선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빠른 판단을 내려주기 바란다"며 "먼저 산업현장이 잘 돌아가게 하면서 정당하게 처우개선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이 대화가 단절된 채 상호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어 화물연대 파업이 마주 달리는 기차의 양상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고 파국으로 치닫을수록 피해를 입는 것은 국민이다. 화물연대와 정부 간 쟁점별 이견 충돌이 불가피하다 해도 대화와 소통의 끈을 놓아선 안 되는 이유이다. 결국 사태 해결의 돌파구는 대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화물연대는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정부와의 협상 등에 노력을 기울이되 업무복귀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야 할 것이다. 정부 또한 화물연대가 조속히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고 대화를 통해 실마리를 찾아 나가야 한다. 양측이 시급히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국가 경제뿐 아니라 서민 가계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어서다. 정치권도 서둘러 안전운임제 등 화물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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