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팀 백유진 기자
취재2팀 백유진 기자

대학원생에 대한 교수의 갑질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년 전 제자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인분을 먹인 한 교수의 가혹행위가 세상에 알려지며 사람들을 놀라게 한 일도 있었다. '인분 교수'만큼은 아니지만, 이후에도 교수가 던진 재떨이에 맞아 병원에 입원하거나 각종 인격 모독과 성희롱·성폭행을 당한 학생들의 고발은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최고 과학도들이 모인 KAIST도 이러한 '교수 갑질'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7월에는 KAIST 소속의 A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 대학원생의 뺨을 수 차례 때린 의혹으로 교내 인권윤리센터 조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KAIST 측에 따르면, A 교수는 사건 조사 약 5개월 만에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이번 사건을 두고 KAIST 재학생들은 "겨우 뺨 때린 일로 언론에 오르나", "대학원을 다니다 보면 더한 폭행과 폭언도 많다"며 놀랍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KAIST 대학원생 총학생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폭언이나 폭행을 경험한 학생은 총 75명, 성희롱·성추행을 당한 학생은 44명, 운전·점심 배달 등 개인 심부름에 동원된 사람이 81명이었다. 또 다른 조사에서 교내 스트레스클리닉 진료 대기 시간이 한 달 가까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갑질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학생들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대해 KAIST 측은 과거보다 갑질 피해 사례가 많이 줄었으며 인권윤리센터 등을 통해 피해 학생에 대한 관리도 이뤄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작 인권윤리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를 신상보호 등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면, 통계를 기반으로 한 피해 조사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잘 세워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KAIST의 인권 관리가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더 낫고 과거보다 소폭 개선되고 있다는 것으로 위안 삼아서는 안 될 일이다. 인권에 관해서는 그 어떤 피해도, 조금의 사각지대도 허용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보다 면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 정확한 원인 파악과 예방책이 없다면 탁월한 연구 업적과 혁신으로 명성을 빛내고 있는 KAIST의 금자탑은 '갈려 나간' 학생들과 함께 쌓아 올린 바벨탑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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