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국회에서 소방서장의 출퇴근 기사 지적, 부당 관행 끊이지 않아
소방 직원 "현재 근무평정 불만제기자에게 조용히 불이익을 주기 좋은 구조"
"IP노출 인트라넷에서도 불만 얘기할 수 없어"

지난 2일 오전 8시 16분 쯤 천안서북소방서장이 서북소방서 재난지휘차에 탑승하고 있다. 대전일보가 지난달 23일부터 서장의 출근길을 지켜본 결과 24일 제외하고 평일 아침 지휘차량이 서장을 출근 시키고 있었다. 사진=박하늘 기자

[천안]소방서장의 일상적인 출퇴근에 소방대원이 투입되는 부당한 관행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소방서 직원들은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인사상 불이익을 지목한다. 좁은 조직 구조에서 상급자의 입김이 인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5일 대전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천안서북소방서의 서장 재난지휘차(1호차) 담당 소방대원은 매일 아침 8시 10~20분까지 서북소방서장의 숙소가 있는 아파트로 지휘차를 끌고 와 서장을 태워간다. 대전일보가 지난 달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지켜본 결과 서장의 출근 운행은 24일을 제외하고는 계속됐다. 소방대원은 서장의 퇴근 운행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장의 늦은 술자리를 기다리다 퇴근 운행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익명 제보자는 "천안서북소방서는 현 서장부터 출퇴근 운행이 시작됐다. 전임 서장들은 직접 운전하면서 다닌 것으로 안다"면서도 "다만 그 이전 서장들 대부분도 운전기사일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갑질을 예방하고 시정해야 할 인사 감찰 담당은 묵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관이 관용차를 운전해 서장의 출퇴근을 시켜주는 관행은 이전에도 계속해서 지적받은 바 있다. 지난 2014년 진선미 국회의원이 전수조사한 결과 전국 소방서 197곳 중 30곳에서 소방관이 소방서장의 출퇴근 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진 의원은 "급한 재난상황이 생기면 인명구조에 나서야 할 소방관을 서장의 출퇴근 운전기사로 활용하는 것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질타했었다. 충남소방본부는 앞서 지난해 3월에도 재난지휘차를 포함한 관용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공문을 각 관서로 내려보내기도 했다.

감시기관의 지적과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소방서 직원들은 인사권과 관련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의 제보자는 "근무평정을 '양'으로 줘버리면 해당 소방공무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데미지를 줄 수 있다"며 "소방조직은 아직도 근무평정과 승진대상자명부순위를 비공개 한다. 불만제기자에게 조용히 불이익을 주기 매우 좋은 구조"라고 토로했다. 이어 "소방본부 인트라넷은 불만을 얘기할 수 가 없다. 아이디와 IP주소가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 박일권 위원장은 "서장만 되더라도 본부장이든 본부 행정과장에게든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충남에선 일부 사람에게 눈 밖에 나면 원하는 인사가 일어날 수 없는 것으로 소문이 나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소방본부가 수사를 받고 있는 전·현직 소방 간부의 자녀 승진 특혜 논란도 폐쇄적인 소방조직의 인사 폐해로 지적된다.

박일권 노조위원장은 "일부 직원들은 눈 도장을 찍기 위해 일부러 부당 지시를 나서서 하기도 한다"며 "관행적으로 하다 보니 괜히 나만 안하면 불이익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다. 시민에게 서비스 해야 하는 사람을 개인에게 사용하는 것은 근무기강이 위에서부터 해이해진 세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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