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후반 6분여 추가시간 황희찬의 극장골은 잠시 숨을 멎게 했다. 팍팍한 '3고' 시대 오랜만에 가슴이 뻥 뚫렸다. FIFA 랭킹은 상대국 대표팀보다 낮았지만 이날 승자는 대한민국. 1승의 간절함이 도하의 기적을 낳았다.

축구는 "걷어차여야/ 힘을 내"는, 그래서 "발길질"이 밥인 '축구공'(시 박승우)으로 양 팀이 승부를 겨루는 경기이다. 이정록은 시 '내가 축구공을 사랑하는 이유'에서 "축구공은 낡아 갈수록 부드러워진다"며 "운동장 작은 모래들이 사각사각 사포질을 했기 때문"이고 "함성과 박수 소리에 귀가 얇아졌기 때문"이라고 노래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공인구 이름은 아랍어로 '여정'을 뜻하는 '알 리흘라(AI Rihla). 8개의 삼각형과 12개 마름모꼴 조각으로 디자인됐다고 한다. 평평한 사각의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는 축구공은 때로 총도 내려놓게 한다. "코트디부아르 국가 대표 드로그바는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섰다. 2005년 10월, 조국이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날이었다. 승리의 소감을 말하던 드로그바가 갑자기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무릎을 끓었다. "여러분, 일주일 동안만이라도 무기를 내려놓고 우리, 전쟁을 멈춥시다." 그 뒤, 정말 남북으로 갈라져 싸우던 코트디부아르에 총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4년 만에 찾아온 평화였다(남호섭 시 '축구')."

축구를 하는데 다리 개수는 중요치 않다. 같은 시인에 따르면 "라이베이아에는 2005년 12월에 외다리 축구팀이 만들어졌다. 최고 스타는 데니스 파커, 열여섯에 군인이 되어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14년 동안 나라는 온통 전쟁터였고 소년들도 서로 적이 되어 싸웠다. 마음속에 미움만 가득하던 데니스가 이젠 총을 놓고 축구 하러 간다. 한 골 넣을 때마다 외다리로 껑충껑충 춤을 추고 치켜든 목발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때로 축구장은 참혹한 비극의 장도 된다. "축구장은 우리 마을의 자랑이었죠 모두가 축구장을 사랑했어요 며칠째 축구장으로 죽은 사람들이 밀려드네요 죽은 사람들을 빨리 파묻기 위해 축구장에 긴 고랑을 팠어요(김선우 시 '축구장 묘지')." 이라크전쟁에서 발생한 일이다. 외신에 따르면 카타르에서는 월드컵 경기장 7개를 비롯해 기반시설 신축과정에서 네팔 등 5개국의 이주노동자 6700여 명이 숨졌다. 첫 승과 함께 잊지 말아야 할 점이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