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서북소방서장 출퇴근에 소방관 동원
늦은 밤 술자리까지 대기 주장도
노조 "뿌리 뽑아야할 관행이자 부당노동행위"
충남소방본부 "차량 담당자가 관서장 출퇴근 동행 가능" 사실상 용인

 

지난 11월 30일 오전 8시 18분 쯤 천안시 불당동의 한 아파트 앞. 천안서북소방서장이 서북소방서 재난지휘차에 탑승하고 있다. 대전일보가 지난달 23일부터 서장의 출근길을 지켜본 결과 24일 제외하고 평일 아침 지휘차량이 서장을 출근 시키고 있었다. 사진=박하늘 기자

[천안]소방서장의 출퇴근에 소방관들을 동원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충남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장이 퇴근 후 늦은 회식 자리까지 소방대원을 대동해 운전을 시켰다는 폭로도 나왔다. 충남소방본부는 재난지휘차량 관리 담당자가 소방서장의 출퇴근에 동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원들은 재난 상황이 아닌 일상적 출퇴근까지 운행하는 것은 부당 노동이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2일 아침 8시 13분 쯤 검은색 SUV차량이 천안서북소방서장의 숙소가 있는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섰다. 4분 쯤 뒤 평상복 차림의 A 서북소방서장이 차량에 탑승했다. 차는 아침 8시 40분 쯤 서북소방서 본관 문 앞에 A 서장을 내린 후 차고지로 이동했다. 대전일보가 지난 달 23일부터 지켜본 결과 이러한 서장의 아침 출근 운행은 24일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검은색 SUV차량은 소방서장 재난지휘차(1호차)로 재난이나 재해 발생시 지휘관(서장)이 출동할 때 사용한다. 서북소방서의 1호차 관리업무는 소방서 행정과 소속 소방교가 담당하고 있다. 이 대원은 매일 아침 소방서장의 출근을 위해 소방서에서 지휘차량을 운전해 서장의 숙소로 가고 있는 것이다. 소방서와 숙소 간 거리가 약 8㎞ 임을 감안하면 이 대원은 아침 7시 40~50분에는 출차해야 한다. 행정과 근무자들은 일반적으로 오전 9시까지 출근한다.

1호차 담당자는 서장의 퇴근 운행까지 해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밤 늦은 술자리까지 동행해 퇴근을 해준다는 주장도 나왔다. 익명의 제보자는 "술자리에 있는 서장을 위해 23시가 넘은 시간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며 운전기사 노릇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1호차 담당자는 최소 2시간 이상의 추가 근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서장의 일상 출퇴근에 대해 소방공무원 노조는 부당노동 행위로 간주했다.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 박일권 위원장은 "뿌리 뽑아야 할 관행이고 현시대에 맞지 않는 부당노동행위"라며 "근무기강이 위에서부터 해이해진 행태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천안서북소방서 관계자는 "한 두번 정도는 그럴 수 있다. 상시적으로 하진 않는다"며 "그런 부분이 있다면 조사를 해서 그런 부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대전일보가 지난 열흘 간 확인한 바와는 상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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