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 교체, 출신 성향 따라 '줄세우기' 불보듯
교육부의 수많은 전문가 정책...지자체 관리 역량 의문
새로운 기회, 긍정 기대도..."철저한 준비 과정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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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학 관리 권한의 지자체 이양'이 일파만파 양상이다.

정부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 이어 한덕수 총리까지 나서 밀어붙이는 모양새고, 정치권에선 야당의 질타와 비판이 거세다. 충청의 한 지자체장은 "혁명적 발상의 전환"이라고 적극 환영하는 반면 지역 대학들은 사립대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에 대한 교육부 권한을 과감하게 지자체에 넘기겠다. 앞으론 지역에 예산을 통으로 내려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의 발언에 이어 교육부는 지난 21일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교육부가 가진 고등교육 예산은 (지자체와) 파트너십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개편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건양대에서 열린 '산업과 연계한 지방대 경쟁력 강화 규제혁신 현장 간담회'에서 "내년 1월까지 지방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정책을 세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관리 권한의 지자체 이양'은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고등교육 핵심 사안으로, 앞서 올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교육부의 지방대 육성 권한의 지자체 이양 추진을 밝혔다. 이후 정부는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내놓으며, 그동안 중앙정부가 갖고 있던 지방대에 대한 행·재정적 권한을 지자체에 넘길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까지도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히지 않았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낙마와 박순애 교육부 장관 사퇴 등 수장 부재로 인한 정책 결정이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주호 장관과 한덕수 총리의 잇따른 발언은 '권한 이양'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야당을 중심으로 섣부른 처사라고 강력 비판하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법 개정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데 사전에 어떤 논의도 없었다" "사립대학에 대한 관리 감독을 정부가 포기하는 것인가"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이주호 장관) 본인의 구상만 던졌다" "14년 동안 등록금 동결로 대학이 빈사상태인데 지역간 격차 등 논의 없이 지자체에 맡기는 무책임한 일" 등 거세게 비난했다. 야당 의원들은 또 지자체의 교육전문가 부재, 관리 역량 의문 등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처럼 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지역 대학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중심엔 이른바 '줄세우기'가 자리잡고 있다.

한 지역 사립대학 관계자는 "그동안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성향·출신 등에 따라 각종 정책들이 뒤집어지고, 지워졌다"며 "단체장의 영향력이 큰 만큼 소위 줄세우기를 통해 대학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우려가 매우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사립대학 관계자도 "4년마다 치러지는 선거로 인해 중장기 계획이 절대적인 대학 교육 정책은 홍역을 치를 것"이라며 정책의 안정성과 연속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자치단체의 역량'에 대한 고민도 깊다. 교육부의 내로라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해왔던 업무들을 성격이 전혀 다른 지자체 공직시스템에서 담당하는 데엔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지역 대학 관계자는 "대학 정책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다. 특히 각종 사업 선정 시 수많은 지표와 기준이 적용되는 데, 지자체가 과연 이런 능력을 있는지 의문"이라며 "또한 각 대학들의 사정을 얼마나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도 "지자체와 대학이 미처 준비도 않은 현 상황에서 교육부의 밀어붙이기식 추진은 지방 대학이 각자도생하라는 의미"라며 "다양한 의견 수렴과 철저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역의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현 교육부의 방침과 이에 대한 지방대, 특히 사립대의 우려에는 대부분 공감한다"며 "다만 지자체와의 협업 강화 등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하고, 대학에 찔끔찔금 내려보내는 예산을 통으로 지자체 내려보내 지역 대학과 논의해서 집행하겠다는 주장은 교육개혁에서 가히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라고 적극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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