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소유주·관계인 갈등에 공공주택 착공 지연…최근 보상협의회 설립도 무산
대전역 인근 도시 미관 저해요소 산재…사업 좌초시 주거권 보장 등 부작용 우려

대전역 쪽방촌 위치도. 사진=LH 제공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 및 주거 취약 계층 지원을 목표로 태동한 이 사업은 수년째 주민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 중이다.

29일 LH와 대전시 동구 등에 따르면 지난달 대전역 인근 쪽방촌 일원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따른 토지 보상계획 공고를 냈다. 이후 주민 의견 반영을 위한 보상협의회를 위한 모집에 나선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된 협의회 모집에 토지소유주 등 신청이 한 건도 없어 무산됐다.

협의회는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주, 전문가 등 최대 16명까지 구성되며 토지 매입을 위한 감정평가 등 작업을 진행한다. 주민 갈등으로 착공에 앞선 토지 매입 절차의 시작도 못하게 된 것이다. 동구 관계자는 "우선 토지 보상이 이뤄져야 사업이 시행될 수 있다"며 "최근 진행한 보상협의회 모집 요청에 신청자가 없어 주민과의 의견 조율 후 다시 공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쪽방촌 도시재생사업이 지지부진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20년 정부가 노후 쪽방촌 정비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공주택지구 지정,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사업 활성화 계획 확정·고시가 이어지며 대전역세권 개발사업이 가속화되는 듯 했다.

당초 계획대로였다면 올 상반기 중 공공주택 건립 공사에 착수 후 2025년 입주 로드맵이 실현됐어야 하나, 사업 초기부터 토지 보상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택 소유주에 국한된다는 점도 하나의 문제인데, 입주권을 받지 못하는 토지주와 상가 건물주들은 현금 보상만이 아닌 대토 등 현물 보상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쪽방촌 공공주택 사업에 있어 현물보상이 가능토록 하는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그러나 이는 보상의 한 종류일 뿐, 주민 사이에서도 원주민, 토지주, 상가 건물주 등 이해 관계가 모두 달라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노약자·쪽방거주민·노숙자 등 사회취약계층이 거주 중인 이 지역은 그간 민간 개발 사업을 수차례 진행했지만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는 사이 1970-1980년대 건축된 노후 건축물로서 안전 문제는 물론, 주민 재산권 침해 및 주거권 보장 등 문제가 지속돼 왔다.

토지소유주 간 갈등이 지속되는 등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으면서 원도심 활성화와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하게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LH 관계자는 "주민들과 협의로 개선·건의를 거치는 등 법 개정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토지 보상계획 공고 후 보상 협의회라는 단계도 연기되고 있어서 현재로선 원만한 협의로 사업 추진을 지속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착공 시기를 지금 상황에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은·이태희 기자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