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우선 처리한 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기존에 국민의힘이 밝혀온 '선(先) 수사, 후(後) 국정조사' 입장을 여소야대 지형의 정기국회 상황 등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사실상 철회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국회의 새해 예산안 법정 기한은 다음 달 2일이다. 여야 예결위 간사는 이달 30일 예결위 전체 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키로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여야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놓고 갈등을 드러내면서 연내 처리도 불투명하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여당 일각에서는 초유의 '준예산'을 거론할 정도로 여야 간 극심한 대결이 이어졌다. 다행히 여당이 의총에서 '새해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실시'를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은 건전재정기조 확립에 역점을 뒀다고 하면서 전년 본예산 대비 5.2% 늘어난 639조 원을 편성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행한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전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 강(强) 달러의 추세 속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고 경제의 불확실성은 높아졌음을 강조하면서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문제는 여야가 새해 예산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한다고 합의했음에도 변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검찰의 이재명 대표 수사부터 대장동 특검, 양곡관리법 개정안, 논란의 '노란봉투법' 등 쟁점 사안이 널려있다. 이들 불똥이 예산안 처리로 튀지 않을지 걱정이다. 이태원 참사' 등 각종 일정으로 이미 예년에 비해 심사 시작일이 일주일 이상 지연됐고, 예비심사를 끝내지 못한 상임위도 수두룩하다.

법정 처리 시한 내에 예산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전 회계연도에 준해 편성하는 잠정 예산인 준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 준예산 사태는 여야 모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한 번도 시행된 사례는 없다. 새해 예산안 처리를 정쟁 도구로 삼으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당장 시급한 것은 기한 내 예산안 처리다. 예산안을 더 이상 정쟁의 볼모로 삼아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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