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진=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돈을 건넬 때 정 실장을 배려해 계단을 이용해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17일 오전 유 전 본부장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기자들과 만나 돈을 건넬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정 실장이 집으로 오라고 해서 간 것"이라며 "제가 그 아파트에 사는 것은 아니니까 계단 CCTV가 어디에 있고 이런 것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엘레베이터에는 CCTV가 있다고 생각해 배려하는 입장에서 아파트 5층까지 걸어 올라갔다"며 "계단은 몇 층으로 가는지 보이지 않고 그때는 정 실장을 보호해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정 실장이 2019년 8-9월 무렵 유 전 본부장에게 '필요한 곳이 있으니 5000만 원 정도 주면 좋겠다'고 부탁한 뒤 자택에서 3000만 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정 실장은 총 1억 4000만 원을 유 전 본부장과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다.

하지만 민주당은 아파트 계단 앞에도 CCTV가 설치돼 있어 모습이 찍힐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유 전 본부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정 실장이 직접 돈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는지 묻는 질문에 "그거야 검사님들이 하실 일이고 나는 사실대로 진술하고, 문제가 있으면 벌을 받든 조사를 받든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야권의 '비겁하게 혼자 빠져나가려고 자백한다'는 비판엔 "자백하는 사람이 왜 빠져나가나"라며 "이런 것들을 오히려 정쟁으로 삼으려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은 그분들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비겁이라는 단어는 숨어서 쓰는 것은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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