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대전 유성구 반석동 반석고등학교 시험장으로 수험생들이 들어서고 있다. 정민지 기자

"시험 잘 보세요. 침착하게 보세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대전 유성구 반석동 반석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70대 배움터 지킴이 A 씨가 고사장 안으로 들어서는 수험생들마다 응원의 메시지를 던졌다.

수능 한파는 없었지만 다소 쌀쌀한 날씨에 수험생들은 두터운 겨울옷을 입은 채 하나둘 고사장으로 향했다.

세 번째 코로나19 상황 속 치러지는 수능인 만큼 시끌벅적한 응원전은 없어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혼자 입실하는 수험생들, 삼삼오오 친구들과 모여 들어가는 수험생들, 온 가족이 교문 앞까지 함께한 수험생까지 다양한 수험생들이 줄지어 시험장에 들어섰다. 자녀가 들어간 이후에도 한동안 학교 안을 지켜보는 등 학부모들은 교문 앞을 떠나지 못하기도 했다.

교문 앞에서 수험생 입실 안내를 돕는 배움터 지킴이 A 씨는 "여러 학교를 거쳐 10여 년 수능 안내를 해 왔는데 근래 들어 코로나19 때문인지 선후배 응원 풍경이 적어져 아쉬운 면도 있다"며 "수험생들이 이 순간 가장 떨릴 텐데 잘들 봤으면 싶은 맘뿐"이라고 말했다.

과외 학생들을 응원하고자 나온 박예진·안혜진 씨는 "그동안 수고했고 애썼으니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파이팅"이라며 "수능은 전부가 아닌 과정일 뿐이라고 꼭 알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대전 유성구 반석동 반석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학부모들이 시험장에 들어간 자녀를 지켜보고 있다. 정민지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대전 서구 만년동 만년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학부모들이 시험장에 들어간 자녀를 지켜보고 있다. 이태희 기자

같은 시간 서구 둔산동 대전둔산여자고등학교 정문 앞은 인생에 있어 중요한 순간을 앞둔 수험생 자녀를 응원하러 온 학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둔산동에 거주하는 40대 이지현 씨는 "점심 도시락으로 평소 아이가 좋아하는 유부초밥과 비엔나 소시지 등을 싸줬다"며 "우리 혜주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란다"고 웃어보였다.

'수험생 긴급 호송작전'을 도운 이들도 있었다.

서구 갈마동에 거주하는 이세진(21) 씨는 "방금 연락을 받고 어은동에서 한 남학생의 입실을 돕고 오는 길"이라며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위급한 상황이 닥쳐 긴장을 많이 하는 것 같아 잘 다독여주고 왔다"고 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고사장이 마련된 대전 서구 둔산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 호송에 협조한 이세진(21) 씨가 수험생을 응원하고 있다. 김동희 기자

서구 만년동 만년고등학교에서도 수험생들이 속속 나타났다.

만년고 교문 앞 또한 소규모 인원만 모여있을 뿐 왁자지껄한 응원 열기는 볼 수 없었다.

자녀와 포옹하며 입실 전 인사를 나누는 학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한 학부모는 시험장에 들어가는 자녀의 모습을 보며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학부모 김모(48·유성구 도안동) 씨는 "맞벌이 부부라 잘 챙겨주지 못했는데 혼자서 고생한 아이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눈물이 났다"며 "준비한 대로 최선을 다해 원하는 결과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올해 수능은 전국 84개 시험지구 1265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수능 응시자는 50만 8030명이다. 이 중 재학생은 35만 239명, 졸업생 등은 15만 7791명이다. 대전지역에선 1만 5400명의 수험생이 수능을 치른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대전 서구 만년동 만년고등학교 앞에서 학부모가 수험생 자녀의 짐을 챙겨주고 있다.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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