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석 작가의 '두개의 혀'

먹과 종이는 천 년이 간다. 만약 시간만 담고 있다면 단순함의 벽에 불과하다. 화가는 그 시간의 벽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유해 이미지로 서사를 만드는 사람이다. 숨을 곳을 깨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그릇 중 하나가 그림이고 그 그림으로 공간을 창조하는 작업을 한다.

물은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다. 물에 먹과 종이가 산다. 재료가 자연에서 발아가 되었다. 그래서 수묵화이다.

말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실천보다 앞선 말은 허기진다. 그럼, 혀의 무게는 어디에서 시작될까.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두 개의 혀'는. 역설이거나 괴물이다. 작품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둘 다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작가의 말은 작품에 살아야한다. 혀를 통해 말의 성을 쌓을 수 없듯이. 설령 괴물이 쌓는다고 해도 모래성보다 못하다. 말은 가볍지만 그 무엇보다 무겁다. 그래서 역설이다.

괴물과 역설은 우리들 마음에 있다.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세상을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만든다. 잘라도 자라나는 말은 두 개의 혀가 있어도 감당하기 어렵다. 말을 탐하지 않는다면 하나의 혀로 세상을 말하고도 남음이다. 혀가 작품 속에 사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천년을 살겠다는 욕심보다 천년 동안 남을 수 있는 꿈이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희정 미룸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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