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308쪽 / 1만6000원)
가을이면 찾아오는 허무, 꼭 날려버릴 필요 없다?…김영민 교수가 던지는 새로운 질문
유머와 해학, 통찰로 가득한 '허무한 인생'과 더불어 사는 법 제안

사상사 연구자이자 칼럼니스트인 김영민 교수가 '인생의 허무'를 주제로 한 인문 에세이를 펴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등의 저서를 펴내며 인간 삶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져 온 저자는 이번에는 인생의 허무에 관한 사유를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인생의 허무는 비단 소식뿐 아니라 수많은 이들이 오래 전부터 고민해 온 인류 보편의 문제다. 저자는 시와 소설 등 문학 작품과 그림,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생의 허무를 앞서 고민한 이들의 사유를 포착하고, 그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특히 남녀노소 나이 불문하고 누구나 한 번쯤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다고 인생을 통틀어 허무하다고 말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사람은 허무를 해소해야 하는 일시적 현상이지, 삶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에 저자는 "인생은 허무하다"고 직설한다. 허무는 인간 영혼이 있는 한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피 냄새 같은 것이라면서도 "인간이 영혼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듯이, 인간은 인생의 허무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고 선언한다.

또한 저자는 인간에게 희망, 선의, 의미가 언제나 삶의 정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이미 탈진 상태이거나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하거나 텅 비어버린 이들에게 희망과 선의, 의미를 가지라고 한들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선의 없이도, 희망 없이도, 시간을 조용히 흘려보낼 수 있는 상태를 꿈꾼다. 이러한 저자의 삶에 대한 태도는 우리에게 허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무엇인지 그 일면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인생의 허무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 책은 다양한 방식으로 허무와 더불어 사는 법을 들려준다. 허무라는 주제를 다룬 만큼 죽음과 시체와 해골이 종종 등장하지만, 저자식 유머와 해학, 그리고 통찰 가득한 글로 독자들은 너무 무겁지도 않으면서 또 너무 가볍지 않게 인생의 인생의 허무와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생이 허무하다 느끼는 모든 이의 생각을 대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해골과 함께하는 중세의 '죽음의춤'을, 윌리엄 모리스가 주장하는 예술을 통한 구원을, 권태를 견디는 시시포스의 반복된 노동을, 장자의 슬픔을 극복하는 관점 전환을 이야기하며 평소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사유의 길로 이끌 것이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