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윤 남대전농협 지도경제팀장
우종윤 남대전농협 지도경제팀장

몇 해 전 결식아동들에게 무료 파스타를 제공해 화제가 된 음식점이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젊은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가게를 방문한 방문객들은 방문 후기를 블로그나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했고, '착한 가게' 방문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맛집을 찾아가는 것처럼 하나의 문화가 됐다.

일명 "돈쭐 내러 가자"라는 문구로 친구들에게 결식아동을 돕는 업주 가게 음식을 팔아 줌으로써 결식아동 돕기에 동참하자는 취지에서다.

돈쭐은 '돈'과 '혼쭐내다'가 결합된 합성어로, 혼을 내어 강하게 꾸짖음을 뜻하는 '혼쭐'의 원래 의미와는 달리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기업들의 제품을 팔아주자는 역설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즉, '선한 기업들은 돈으로 혼을 내줘야 한다'는 뜻으로, 선행을 베푼 기업이나 가게의 물건 구매를 통해 그 선행에 보답한다는 취지로 이뤄지고 있다.

이 파스타 가게의 선행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주변의 많은 음식점과 자영업자들이 결식아동을 돕는 일에 동참했다. 파스타 가게는 주변에 이른바 선한 영향력을 끼친 것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결식아동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기는 절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본인의 손해를 감수하고 벌인 일이 음식점의 인지도를 높였고 또, 많은 사람들이 가게를 찾아 무료급식을 제공하지 않았던 때보다 매출이 더 늘어나 결과적으로는 착한 일도 하면서 가게의 매출도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돈쭐 문화가 확산되는 분위기는 '미닝 아웃(Meaning Out)'을 추구하는 MZ 세대의 소비 철학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닝 아웃'이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온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다. 소비자 운동의 일환으로 자신만의 의미를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뜻하고 있다. 정치·역사적 문제를 일으킨 특정 브랜드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불매운동이나 환경보호를 위해 친환경 제품을 사는 것도 미닝아웃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유독 다른 나라에 비해 재벌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 그것은 아마도 고도성장기 때 기업들의 이득을 위해 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그로 인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영향이 클 것이다.

요즘 기업 경영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무조건 이윤 창출을 위해 기업을 운영하기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ESG 경영을 펼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이윤만을 생각하는 기업들은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됐다. 소비자들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발전과 소비자의 만족, 복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기업의 이미지가 곧 성공의 열쇠가 된다.

세상을 살다 보면 바로 앞의 이득만을 보면서 아등바등 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기적이어지고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게 된다.

조선 최고의 거상 임상옥은 "이문을 남기는 것은 작은 장사요, 사람을 남기는 것은 큰 장사다"라고 했다.

쉽게 이야기할 수 있어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착한 가게가 늘어나고 돈쭐을 내려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임상옥의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란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돈 벌기를 희망하는 모든 이들이 사람을 남기는 장사를 한다면 사회가 훨씬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종윤 남대전농협 지도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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