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발달장애 화가 차동엽 군]
펜아트 중심 개성있는 작품 돋보이는 작가 유망주
버스 내부도부터 입체모형까지 예술작품 소재화

사진=최은성 기자
사진=최은성 기자

대전에서 나고 자란 차동엽(18) 군이 보는 세상은 다소 특별하다. 누군가는 단순히 목적지를 가기 위해 타는 버스와 지하철, 비행기가 차 군에겐 예술작품의 한 소재가 되곤 한다. 동그라미 모양, 세모 모양 등 가지각색 버스 손잡이부터 친절한 버스 기사, 공손하게 탑승하는 승객들까지 모두 차 군의 영감이 된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를 펜아트로 개성 있게 표현해내는 차 군은 평범한 고등학생인 동시에 작품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유쾌함을 이끌어내는 발달장애인 아티스트다.

차 군이 미술에 관심을 보인 건 다섯 살 무렵이다. 이맘때 쯤부터 차 군은 TV 속 만화 캐릭터, 마트에서 본 햄스터, 부모님과 함께 탄 버스 등을 그림으로 끄적이기 시작했다. 그저 낙서인 줄 알았던 차 군의 그림은 날이 갈수록 그 구조와 표현력이 살아났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스케치북에 버스를 그린 뒤 색칠하고 가위로 오려 입체적인 버스 모형을 구현해 냈다. 차 군은 마음껏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미술활동에 푹 빠졌다는 설명이다.

차동엽 군 작품활동 모습. 사진=블룸워크 제공
차동엽 군 작품활동 모습. 사진=블룸워크 제공

이처럼 차 군은 어렸을 적부터 관심사를 미술활동으로 나타내 왔지만 음성으로는 마음을 쉽게 표현하지 않았다. 두 살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던 차 군은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말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 군은 만 2세를 넘긴 30개월 쯤 자폐 진단을 받았다. '엄마'라는 말을 한 건 만 6-7살 때가 처음이었다. 좋아하는 단어 몇 가지만 말했던 초등학생 시절 차 군의 유일한 표현 창구는 미술활동이었던 셈이다.

차동엽 군 대전 시내버스 그림. 사진=블룸워크 제공
차동엽 군 대전 시내버스 그림. 사진=블룸워크 제공

미술에 두각을 보이는 차 군이 유독 애정을 보이는 소재는 버스, 특히 대전 시내버스다. 버스가 좋은 이유에 대해 차 군은 "도시를 산책하는 느낌이나 버스가 진입할 때 많은 사람들이 타는 걸 보면 좋았다"고 말했다. 버스 내부 모습이나 형형색색 버스 색깔은 차 군의 이목을 끌었다. 차 군이 좋아하는 버스 색깔은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이다. 모두 좋다는 얘기다. 상상력을 아주 조금 더 보태면 무지개색 버스도 있다.

셀 수도 없이 버스를 그리고 모형을 만들었지만 차 군의 버스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다. 요즘도 취미이자 작품활동을 위해 틈틈이 버스를 타고 관찰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눈에 담아와 그림을 그리고 만들고, 새로운 버스가 나오면 또 보러 간다. 버스를 워낙 좋아하는 만큼 노후화된 버스가 운행을 멈춰 그 모습을 감췄을 때 그리움을 느끼지만 새로운 버스가 등장했을 때 흥미와 관심 또한 솟구친다. 차 군의 목표는 버스여행이다. 차 군은 "버스 타고 서울이나 전라도, 충청도 지역을 여행가고 싶다"며 버스 사랑을 내비쳤다.

제도권 미술 교육을 한 번도 받지 않고 자신만의 과감하고 거친 스케치를 보여주는 차 군은 최근 첫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열기도 했다.

그동안 단체전 등은 해 왔어도 아티스트 차동엽의 개인전을 연 건 처음이었다. 정식 미술관 등에서 열진 않았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영화관이 차 군의 첫 개인전 장소였다. 차 군은 지난 9월 CGV 대전점에서 'BUS TO YOU: 너에게 가는 버스'를 주제로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지난 9월 CGV 대전점에서 전시된 차동엽 군 'BUS TO YOU: 너에게 가는 버스' 주제 작품. 사진=블룸워크 제공
지난 9월 CGV 대전점에서 전시된 차동엽 군 'BUS TO YOU: 너에게 가는 버스' 주제 작품. 사진=블룸워크 제공

앞으로도 멋진 그림을 그리는 게 목표라는 차 군은 많은 이들의 웃음과 응원 또한 희망한다.

차 군은 "발달장애 사람들을 만났을 때 이상하게 보지 말고 가볍게 인사해주면 좋겠다. 사람들이 인사하지 않고 서운한 느낌(서운하게 만드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며 "주변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활짝 웃었으면 좋겠다. 제 얼굴을 기억한다면 인사를 하고 응원하고 웃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차 군은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전 버스를 사랑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아티스트이며 멋진 고등학교 2학년 차동엽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면 대전 버스나 지하철을 그리고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절 응원해주시고 대단히 감사합니다."

차동엽 군 디자인으로 제작된 고블렛잔 모습. 사진=블룸워크 제공
차동엽 군 디자인으로 제작된 고블렛잔 모습. 사진=블룸워크 제공
차동엽 군 지하철 내부 그림. 사진=블룸워크 제공
차동엽 군 지하철 내부 그림. 사진=블룸워크 제공
차동엽 군 엘리베이터 그림. 사진=블룸워크 제공
차동엽 군 엘리베이터 그림. 사진=블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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